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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영화산업 발전 좀먹는 불법 유통 여전


지난 2009년 영화 '해운대'는 한국영화 역대 다섯 번째로 천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5분의1이 웃고 울며 공감한 이 영화는 상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온라인 웹하드와 P2P(Peer to Peer) 사이트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통상 불법 유통의 경우 극장 상영이 끝난 후 VOD 서비스 개시나 DVD 발매 시점에 온라인에 떠도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영화는 당시 극장표 7,000원(평일 기준)을 내고 봐야 하는 시점에 공짜로 볼 수 있는 시장이 열린 셈이다. 게다가 중국과 미국에서의 해외 개봉을 하루 이틀 앞둔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기에 세계적으로도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로 기억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잔잔한 감성을 자극하며 인기를 끈 '건축학개론'이 극장 상영 중에 온라인에 퍼지는 사건이 있었다.

인터넷 강국에 걸맞게(?) 저작권 피해 사례는 이처럼 영화산업의 불치병처럼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영화의 제작비 규모를 따지기 전에 이런 불법 유통 행위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년간을 고생하며 출산의 고통을 겪는 창작자들에게 금전적인 손실 이상의 사기 저하와 상실감을 안겨준다. 모 감독의 경우 자신의 작품이 불법 유통되는 것을 보고 "사랑하고 아껴서 키운 내 자식을 유괴범에게 납치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 정도다.

영화 '해운대' 사건이 좋은 교훈과 초석을 남긴 점도 있다. '창작자의 콘텐츠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소비해야 한다'는 소비의식이 국민 정서에 교감을 얻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도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에 나섰고 그 결과 올해 5월 '웹하드 등록제'라는 법규가 시행됐다. 웹하드나 P2P 등 콘텐츠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은 일정 요건을 갖추고 등록 절차를 거친 뒤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불법 콘텐츠를 올리고, 내려 받는 소비자 처벌 방식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위해 불법 유통의 장이 되는 서비스 업체들의 개선을 유도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얼마나 많은 콘텐츠의 불법 유통이 개선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는 박수 치며 환영할 일임은 분명하다. 다만 얼마나 많은 인력과 예산이 확보돼 있는지, 콘텐츠 창작자와 같은 마음으로 산업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지 다시 한번 스스로 되짚어 봤으면 한다. 법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징벌 조항이 포르노 콘텐츠로 한 달에 수십억 원을 벌어들이는 그들에게 '꼭 지켜야 할 법규'로 인식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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