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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용위험의 뇌관인 그림자금융 문제,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투기자본 유출입 등 금융산업에 관련된 현안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국가안전위원회 산하에 장관급 조직을 구성한다.
28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커지고 있는 금융 부문의 불안이 사회 전반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해 최근 공식 출범한 국가안전위에 금융산업 안전 문제를 다루는 부(장관)급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SCMP는 시 주석이 국가안전위 업무에 대해 "정부가 아직 많은 시간과 자원을 쓰지 못했던 새로운 위협과 새로 생겨날 위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금융산업 리스크가 새로운 위협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SCMP는 경제·금융 문제를 관장하는 리커창 총리가 국가안전위 부주석을 맡은 점을 지적하면서 '금융안전관'이라는 부장급(장관급) 직위도 새로 생길 것이며 금융산업 경험이 있는 관료가 이 자리를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SCMP는 국가안전위의 금융안전부가 우선 테이퍼링으로 우려되는 핫머니 유출입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핫머니 유출입에 따른 금융산업 안전을 위해 토빈세와 외환거래 수수료, 무이자 사전예치제도 등의 규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 겸 국가외환관리국장은 "앞으로 중국의 외환관리 업무는 자금유출입에 따른 충격 방지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림자금융 처리는 금융안전부의 당면과제다. 최근 중국에서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렸던 그림자금융 상품이 간신히 투자자를 구해 부도를 면했지만 시장에서는 앞으로 이 같은 디폴트 위기가 계속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차리리 디폴트시켜 투자위험을 각인하는 게 낫다"는 처방도 내놓고 있다.
지난 27일 중국의 대형신탁회사인 중청신탁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 투자자가 산시성 전푸에너지가 발행한 30억위안(약 5,355억원) 규모의 신탁증권에 자금을 넣기로 약속했다며 700명의 투자자에게 이자를 제외한 원금만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중청신탁은 30억위안을 투자한 투자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인민은행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신탁증권은 석탄채굴 회사인 전푸에너지가 중청신탁을 통해 2010년에 발행한 상품으로 31일이 만기다. 9.5~11.0%의 수익률을 약속했지만 중국의 공해규제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고 최고경영자(CEO)가 부정회계로 당국에 구속되며 디폴트 위기까지 몰렸다. 지금까지는 판매은행이 원금을 보장하는 게 관례였지만 신탁증권의 무리한 수익률 제시와 방만한 투자에 이 상품을 판매한 공상은행은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의 반발과 춘제 연휴 직전의 자금시장 충격 등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문제를 잠시 뒤로 미룬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중국투자전략가인 데이비드 추이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문제는 전푸에너지의 신탁증권과 유사한 사례가 무수히 많다는 점"이라면서 "언젠가 아무도 구제금융에 나서지 않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국가안전위의 금융안전부가 그림자금융의 디폴트를 허용할지, 허용한다면 언제부터일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밍 중국사회과학원 국제투자실 주임은 "디폴트를 허용하지 않으면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디폴트가 빠르면 빠를수록 중국 경제의 장기성장에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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