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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어머니가 '늘 네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이걸 염두에 두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많은 분의 뜨거운 관심에 자칫 중심을 잃을 수 있는데, '나도 변할 수 있구나'늘 되새김하게 되면 제가 내뱉는 사소한 말, 행동에도 훨씬 조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스타'보다는 화면 안팎이 따뜻함으로 가득한 '국민배우'가 꿈이라고 했다. 꽉 찬 신예 배우라는 말이 제법 적합한 이 사람이다. 영화·뮤지컬·드라마·방송 등 다방면에서 여러 색깔을 보여주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배우 주원(26·본명 문준원·사진)을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그는 4년 만에 자신의 연기 뿌리라 할 수 있는 뮤지컬 무대에 다시금 서게 됐다. 페트릭 스웨이지(샘 역)와 데미 무어(몰리 역)의 사랑을 그린 영화 '사랑과 영혼'(1990)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고스트'(아시아 초연)에서 샘 역으로 무대에 선다.
"드라마 '굿닥터'가 끝난 다음 날 바로 연습에 들어갔어요. 체력적으로 무리가 될 상황이었는데 신기하게 버틸 수 있더라고요. 무대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 같습니다. 땀을 흘리건 눈물을 흘리건 어떻게 제 모습이 비칠지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그 인물에 빠져 몰입하는 순간이 참 행복한 것 같습니다."
6월까지 장기 공연을 이어갈 뮤지컬에만 오롯이 힘을 쏟아도 빠듯한 일정이지만, 주원은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캐치미' 홍보까지 맞물려 24시간을 그야말로 알차게 쪼개 쓰고 있었다.
'캐치미'는 '특수본' '미확인 동영상:절대클릭금지'에 이은 주원의 세 번째 영화다.
첫 사랑 진숙(김아중)이 멋있어했다는 이유로 경찰(프로파일러)이 된 호태(주원)와 대도(大盜)로 성장한 진숙이 다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코미디 영화다.
"드라마 '7급 공무원' 때 시나리오를 받게 됐어요. 한창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빠져 있던 때죠. 이번 영화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발생하는 순간의 기치를 잘 살려 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극 중) 호태=주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느끼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주원은 후에 정통 멜로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영화 '노트북' (2004)을 최고의 멜로 영화라 꼽는 그는 평소 진한 감정선이 살아 있는 멜로 영화를 즐겨 보며 눈물을 훔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직 뜨거운 20대 청춘이지만, 으레 그 나잇대들이 즐길법한 왁자지껄하고 활동적인 일보다는 "동네 친구와 집 앞 카페에서 차분히 얘기 나누는 게 더 편하다"고 말하는 그다."'애늙은이'라는 별칭도 이제 제법 익숙하다"고 했다.
주원은 2010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구마준 역으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오작교 형제들''각시탈''굿 닥터 '등 유수의 드라마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뭇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직 미처 폭발하지 못한 그의 잠재력과 앞으로 내디딜 걸음걸음이 더욱 궁금해졌다.
"20대인 지금 제게 한 작품의 흥망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배우'라는 말을 논하기에도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 같고요. 뜨거운 조명을 받겠다는 욕심은 없습니다.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서 연기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게 제가 그리는 미래입니다. 그 전에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뵙게 된 안성기 선배님 앞에서 '국민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한 약속은 꼭 지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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