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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빅데이터


영화 '머니볼(Money ball)'에서 주인공 빌리 빈(브래드 피트 분) 단장은 파격적인 선수 선발 방식으로 메이저리그 만년 하위팀을 20연승으로 이끈다. 돈도 실력도 없는 오합지졸 구단에 제시한 극약처방이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적의 비결이었다. 극약처방은 경기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선수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승률을 높이는 머니볼 이론. 29년 경력의 스카우터가 "숫자놀이로 야구를 재창조할 수 없다"고 외치지만 통계학적 체계를 갖춘 숫자놀음이 미국의 야구역사를 새로 쓰게 한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머니볼은 '빅데이터(big data)'가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를 잘 보여준다.

빅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최근 국내 사례로는 지난해 11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빅데이터 마스터플랜'을 들 수 있다. 빅데이터를 범죄예방 솔루션과 재난재해ㆍ교통사고 예방, 농작물ㆍ에너지 수급예측, 탈세ㆍ부정적발 등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범죄예방 솔루션의 미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의 2054년 첨단 치안시스템에서 가늠해볼 수 있다. 이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과거에 발생한 범죄패턴을 분석해 후속 범죄 가능성을 예측하는 범죄예방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빅데이터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맞섰다. 금융위원회가 보험정보관리를 일원화하겠다고 나서자 생명ㆍ손해보험협회는 이미 갖춘 보험사고 및 계약정보 시스템을 다른 기관에 내줄 수 없다고 반발한다. 10년 넘게 이어온 보험정보 집적논란이 또다시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정보를 누가 관리하느냐에 대해 관심이 없다. 빅데이터의 가치를 어떻게 활용해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나 서비스를 얼마나 많이 제공하느냐에 눈길을 두고 있다. 업계에서 빅데이터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정보 관리를 일원화하든, 다원화하든 하루빨리 개인정보 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창의적 아이디어와 분석력을 가진 전문가를 키워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첨단 치안시스템의 핵심으로 예지능력을 갖춘 인간이 등장한다. 빅데이터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인간의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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