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한류 홍보 전략 세우고 잠재력 큰 남미도 적극 진출 필요
해외에서의 역사·국가정보 오류 대응… 통합신고 시스템 운영
“해외문화홍보원 직원은 문화산업 확산을 위한 마케터가 돼야 합니다.” “코리아 마케팅을 위한 센터가 재외문화원입니다.” “재외문화원은 각각 대표 브랜드 사업을 갖고 키워나가야 합니다.” 김재원(사진) 해외문화홍보원 원장은 지난 9일 인터뷰에서 거침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인 해외문화홍보원은 말 그대로 우리 문화를 해외에 홍보하는 핵심 창구다. 상품이 어떻더라도 일단은 포장을 잘해야 하는 것이 ‘홍보맨’의 역할이다. 대한민국 문화홍보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주한 미국대사 피습 등 해외에서 봤을 때 온갖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우리의 문화산업이 커지면서 콘텐츠 강국을 위한 문화홍보원의 역할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국가순위는 13위지만 같은 해 독일 시장조사기구 GfK가 집계한 국가브랜드지수 순위는 27위에 그쳤다. 홍보의 중요성이 그만큼 큰 것이다. 글로벌 문화홍보에 대한 확고한 비전제시가 필요한 이유다. 한편 김재원 원장은 인터뷰를 가진 후 인사발령 통보를 받았다. 16일자로 문화체육관광부 본부의 체육관광정책실장으로 전보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인터뷰는 그가 후임에게 전하는 당부가 됐다.
◇“해외문화홍보원은 문화산업의 마케터”=문체부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공동으로 지난해 11월 14개국 5,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공개한 ‘제4차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류가 4년 이내 끝날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57.2%나 됐다. 반면 ‘5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은 19.9%에 불과했다. 물론 이것은 전년도의 3차 조사에 비해 ‘4년 내 끝날 것’은 4.4%포인트 하락했고 ‘5년 이상 지속’은 3.6%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기존 한류를 확산시키는 것과 함께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문화홍보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김 원장은 “해외문화홍보원은 좁은 의미의 한국문화 소개를 넘어 한국어 교육기관, 나아가 문화콘텐츠의 수출전진기지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해야 할 일이 많다. 해외문화홍보원과 재외문화원을 질적ㆍ양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문체부는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맞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에 한국문화원 개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아부다비 문화원을 포함해 올해 안에 3개소를 추가로 신설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1979년 도쿄와 뉴욕 등 2개소로 시작한 재외문화원 영역은 현재 24개국 28개소로 커졌다.
질적인 측면에서는 해외문화홍보원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해졌다. 재외문화원이 ‘한국문화’ 소개에서 나아가 보다 적극적인 문화산업의 마케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우리의 문화 콘텐츠와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재외문화원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문화산업의 마케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해외 현지에서 활동하는 재외문화원의 체질을 강화해나간다는 각오다. 하나씩은 특히 잘하는 것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표 브랜드 발굴이다. 그는 “재외문화원별로 현지 특성에 맞춰 브랜드 사업을 하나 정도 갖추도록 하겠다. 브라질이나 독일 문화원 등 각자 놓여진 환경이 다르다. 어느 문화원 하면 어떤 사업을 한다는 것을 대륙별·국가별로 대표 브랜드를 발굴해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예산증가 같은 비용투입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 문화홍보도 영화상영, 공연과 한글강좌 등 일상적인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물론 한류 전파의 주력은 민간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적극 나서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지금의 한류를 만들어냈다”며 “해외문화홍보원이 할 일은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한류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어느 지역, 국가나 인종 등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 외부 자극에 대해 배타적이다. 한류를 보는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문화를 알리고 문화산업을 키우는 것이지만 단계적인 전략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한국적 문화’를 강제로 권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며 “K팝이나 드라마 등 대중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높인 후 전통문화와 다른 산업ㆍ상품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국가를 기준으로 보면 한류라는 것은 성장하기도 하고 축소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경우다. 그는 “일본에서 한류 분위기가 식은 것은 사실이다. 호감도가 떨어졌고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늘어났다”며 “한류 자체에서도 예전 같은 히트작이 적고 킬러 콘텐츠가 줄어들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여전히 한류는 성장하고 있다. 중국시장은 커지고 있고 다른 국가들에서도 확산 중이다. 김 원장은 특히 남미시장의 잠재력을 크게 봤다. 가톨릭의 영향으로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점에서 남미 지역민들의 정서가 우리 민족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남미는 좀 더 공격적으로 문화 콘텐츠 산업 진출 드라이브를 걸어도 된다”며 “의외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단편적으로라도 한국 문화를 접하고 호감이 늘고 있다. 처음 호기심에 잘 대응하고 그런 것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외문화원이 한국 문화ㆍ문화산업 전파의 중심”=현재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재외문화원은 24개국 28개소다. 올해 내에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문화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이슬람권 중동지역에 설치되는 재외문화원으로서는 최초다.
이번에 설치되는 주아부다비 한국문화원은 처음부터 문화산업 확산을 염두에 두고 꾸려진다. 문체부는 주아부다비 문화원을 한류 콘텐츠와 첨단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전시ㆍ체험, 국내의 문화창조융합센터와 UAE 문화원 방문자 간의 실시간 쌍방향 소통 공간 조성 등을 통해 특색 있는 문화원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이미 다양한 정부기관과 민간단체가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알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ㆍ영화진흥위원회ㆍ한국국제교류재단ㆍ세종학당ㆍKOTRA 등이 그런 곳이다. 이런 기관들과 함께 문화원을 핵심으로 협업하게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생각이다. “큰 의미에서 모두 한국을 홍보하는 기관들이다. 부처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해외문화홍보원 본부 차원에서는 올해 중요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확한 한국 정보를 알리기 위한 노력 차원에서 추진 중인 ‘통합오류 신고시스템’ 구축이 그것이다. 독도나 동해 명칭 등 지금까지 부정확한 내용이 해외 언론에 보도되거나 사이버상에 제기돼도 이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데 시간이 지체되고 각 부처나 기관의 관할권 논란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즉 우리의 역사 및 국가정보에 대한 오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신고부터 접수, 조치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지는 ‘통합오류 신고시스템’이 범정부적으로 올해 안에 구축되는데 이의 운영을 해외문화홍보원이 담당하는 것이다. “좋은 문화를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잘못된 것을 적기에 발굴하고 시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에서다
◇세계시장에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김 원장이 우리 문화산업 홍보에 대한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강조하는 것은 그의 경험과 경력 때문이기도 하다. 법대 출신에다가 지난 2009년부터 3년 동안 미국 LA문화원장을 하면서 실제 현장을 겪었고 이어 문체부에서는 예술정책관과 콘텐츠정책관을 거치면서 실무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문화홍보와 함께 적극적인 문화상품 마케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득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우리의 문화산업 제작자들도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먼저 보고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찾아야 한다. 장기적인 국가성장은 서비스와 콘텐츠 쪽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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