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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미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화선이 될 것인가.
국내 정상급 화랑인 가나아트센터가 문화재단과 미술관을 설립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국내 미술계 역사상 상업 화랑이 공익 성격인 문화재단과 미술관을 설립하는 것은 처음으로, 전후방 미술산업 효과를 통해 미술시장의 자체 파이가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인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실제
프랑스, 스위스 등 미술 선진국도 화랑이 적극적으로 미술관 건립 등 공익 활동에 나서면서 미술시장 저변이 확대됐고 자연스레 관련 시장이 커지는 발전 궤적을 그린 바 있다.
초대 가나아트센터 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은 김형국 전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27일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재)가나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나화랑과 서울옥션의 경영경험과 그간 축적된 미술재(美術財) 축적을 공익화 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상업 화랑이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가나화랑은 1983년 이호재 회장이 설립해 판화공방,출판사업,아트샵 등을 열었고 1999년 현 서울옥션인 서울경매를 출범시켰다. 현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와 장흥 가나아뜰리에 등을 두고 있다.
김 이사장은 "미술적 재능이 시장성으로만 평가되거나, 미술계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국 미술계에 긍정적 선례를 만들고자 한다"며 "지난해 12월 19일 발기인 대회를 거쳐 지난 2월 14일 자본금 3억원에 서울시로부터 비영리법인 설립허가를 받고 3월 31일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단체 지정을 받아 재단으로서 공식 출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업화랑의 재단 및 미술관은 프랑스 매그(Maeght)미술관과 바이엘러(Beyeler) 재단이 성공사례로 꼽힌다. 프랑스 출신 유명 화상인 애드리앙 매그는 1930년대에 재단을 설립해 역량있는 작가 발굴에 주력했고, 1964년에 프랑스 니스 인근에 뒤샹·미로·자코메티 등의 대표작 등 현대미술품 7,000점을 소장한 매그미술관을 지어 연간 15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지역 명소로 키웠다. 또한 스위스 출신 거물 화상 에른스트 바이엘러는 1970년대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을 창설했고 1997년에 아내와 함께 바이엘러재단을 설립했다. 바젤 인근 리헨에 위치한 바이엘러미술관은 세계적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해, 클로드 모네·빈센트 반고흐 등 인상파 화가와 파블로 피카소, 앤디워홀, 프란시스 베이컨 등의 작품 2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가나문화재단은 올해 △장흥 아틀리에 국내 레지던시 무상 지원 △파리 시떼 아뜰리에 해외 레지던시 무상지원 △미공개 미술자료 발굴전 △가나아트컬렉션전 △출판지원 △멤버십 미술학교 운영 △후원회 구성 등의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가나현대미술관'(가칭) 건립을 준비하고, 재단 발의자인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의 사재 출연 및 소유주식 기부로 재단 사업비 조달을 준비한다.
이번 재단 출범은 공익기관인 미술관과 상업기구인 화랑이 전후방 산업효과를 통해 침체된 미술시장에 활력을 주고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유사 사례로 CJ E&M은 영화 생산자인 제작사 투자부터 CGV를 통한 배급망, 영화채널 활용 등의 수직계열화로 국내 영화관객 1억명 시대를 열었다. CJ 엠넷미디어도 음악 기획사 투자와 음원유통 플랫폼 사업과 음악전문 채널 운영 등으로 K팝 전성기를 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미술계 일각에서는 재단이 잘못 운영될 경우 미술계의 거대 권력을 쥔 '공룡'으로 작가 띄우기 등 시장 교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 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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