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 기온이 36도를 기록한 5일 오후 도심은 한산했다. 주말이면 가족과 젊은 연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광화문ㆍ신촌 등 눈에 띄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나들이 나온 시민들도 뙤약볕을 피해 그늘로 숨어들거나 시원한 건물 내부에 머물렀다.
회사원 이재현(31)씨는 "부모님과 함께 영화 한편 보고 광화문 광장을 거닐다 들어갈 생각이었다"며 "가마솥 같은 날씨에 도저히 엄두가 안나 영화만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날 강원 동해안 주요 해수욕장과 계곡 등의 행락지는 전국에서 몰려든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강릉 경포 등 강원도 내 95개 해변에는 주말 동안 하루 평균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뜨거운 햇살과 푸른 파도를 벗삼아 달콤한 휴일을 만끽했다.
6일 밤사이 서울은 최저기온도 27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열대야는 밤 기온이25도를 넘는 것을 이른다. 지난 27일 이후 10일째 지속되고 있는 올해 서울의 열대야는 2000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특히 전통적인 극서지로 분류되는 대구의 경우 이날까지 15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어, 지난 2001년 7월 20일부터 8월 9일까지 세운 최장기록인 21일에 점점 근접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평년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했다"면서 "남쪽으로부터 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밤에도 한낮 같은 기온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10명(환자 발생 579명)이 사망하고 닭과 오리 등 이 폐사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비상 대책을 마련했다.
행정안전부는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전국 시도방재담당 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폭염피해예방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로당ㆍ마을회관 등에 충분한 냉방이 이루어지도록 조치할 것을 각 자치단체에 통보하고, 내방 운영비를 특별교부세로 긴급 지원키로 하였다.
서울시는 지난 2일 특별교부금 5억2,000만원을 추가로 투입해 독거노인 쉼터와 지역아동센터에 전기료를 지원하고 에어컨을 추가 보급하기로 했다. 특히 시는 전체 무더위 쉼터의 절반 가량인 1,500개소에 대해 폭염기간 중 야간 연장운영 및 주말 개방을 실시할 방침이다.
소방방재청도 지자체ㆍ지역의료기관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폭염 특보 발령 시 노인밀집지역, 야외 노동현장 등 폭염 취약지역에 대한 순찰을 이어가면서 폭염대피소를 곳곳에서 활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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