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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서 단순 오자 정정, 날인 없어도 유효 "

유서의 글씨나 숫자가 본인의 날인 없이 변경됐더라도 경우에 따라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행 민법은 유서에서 문자를 고치려면 작성자 본인이 직접 쓰고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어 주목된다.

2008년 유서를 작성한 A씨는 3년 뒤 150억원대 부동산과 예금을 남기고 사망했다. A씨는 유서에서 50억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10억원대 아파트를 둘째 딸에게 물려주기로 했다.

A씨는 또 나머지 전 재산을 둘째 딸을 포함한 3명의 딸에게 균등 분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아무것도 받지 못한 첫째 딸과 외아들 등 3명은 법에서 보장한 일정 상속재산(유류분)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유언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앞세웠다.

주장의 요지는 A씨가 유서에서 둘째 딸에게 남긴 아파트 주소와 유서 작성 날짜를 일부 삭제하거나 변경했는데 해당 부분에 본인 날인이 없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민법에는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을 함에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하고 날인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해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규정이다.



그러나 A씨 자녀들 간에 벌어진 소송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한숙희 부장판사)는 A씨의 유서 효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유서의 삭제·변경된 부분은 오자를 정정한 것”이라며 “삭제·변경 전후의 의미를 명백히 알 수 있을뿐더러 재산 배분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런 부분까지 날인이 없다고 해서 유언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유류분 침해 사실을 인정해 A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자녀 3명에게 23억8,000여만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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