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호 최고위원은 15일 수원 경기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진짜 혁신은 기득권을 몽땅 내려놓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이 과정에서 당이 제대로 존재감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당의 권력을 독점했던 주류 친박계를 '기득권 계층'으로 규정하며 혁신의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에 앞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그동안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권력의 눈치를 보는 모습으로,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덕을 보려는 모습으로 비쳤던 게 사실"이라며 "계파나 파벌 뒤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모습으로 보인 게 아닌가 하는 점이 반성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비주류인 이인제 최고위원 역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이 이제 혁명적인 변화를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며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변화를 이끄는 데 열심히 참여하고 돕겠다"고 밝혔다. 비주류 좌장 격인 김 대표가 친박계 '맏형'으로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을 큰 표차로 이긴 것을 두고 '혁명적 변화'라고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그는 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자기가 더 가깝다, 자기만이 박 대통령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황당한 생각"이라며 "이러면서 친박을 주장하시는 분들 의식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세월호 참사와 6·4 지방선거를 전후로 잠잠했던 당내 비주류 인사들의 쓴소리도 쏟아졌다.
비주류 소장파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새로운 당청관계와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출범을 이야기하는 상황인 만큼 김기춘 비서실장이 거취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이명박계 출신인 조해진 의원 역시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년 반 동안 여권 내 상황을 보면 대통령 혼자만 평지 위의 산처럼 솟아 있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정운영 시스템이 없었다"며 "친박·비박·친이 다 섞여서 하나가 되어 국정운영의 중심세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7·30 재보궐선거까지 마무리되면 당내에서 본격적으로 쇄신과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 같다"며 "특히 일부 초선 의원들은 '정치적 결사체'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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