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로존 은행들의 미국 내 자산규모는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07년 9월의 1조 5,100억달러에서 올해 3월말 현재 9,730억달러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3분의 1이상이 줄어든 것으로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는 유로존 금융당국이 향후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역내 은행들에 자기자본비율을 확충하라고 닦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은행감독청(EBA)는 지난해 10월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은행권 손실에 대비해 지난달까지 은행들에 기본자기자본비율을 9%로 맞추라고 요구한 데 이어 이 조항을 영구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유로존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자 미국 금융권이 유로존 은행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채권 구입을 꺼리는 등 투자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현상의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곳은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 은행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8년 12월 1,3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내 자산을 보유했던 아일랜드 은행들은 올해 3월에는 규모가 36억달러로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상대적으로 탄탄한 독일 은행들도 지난 2007년 4,270억달러의 미국 자산을 보유했지만 올해 3월에는 2,670억달러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프랑스 은행도 4,200억달러에서 3,73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유로존 은행들이 미국 내 자산을 앞다퉈 팔아치우자 미국 은행시장의 지형도 변하는 모양새다. 미국 대형은행을 비롯해 캐나다와 중국 은행, 사모펀드 및 헤지펀드들이 시장에 나온 매물을 사들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웰스파고와 JP모건은 지난해 아일랜드 은행인 앵글로아이리쉬가 내놓은 95억달러의 상업부동산 대출채권을 매입했으며 미국 은행인 캐피탈원도 네덜란드계인 ING의 온라인뱅킹 미국영업부를 사들였다.
유럽 경제위기가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프랑스의 BNP파리바를 비롯해 프랑스의 크레디아그리꼴, 소시아테제네랄 등은 "몸집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국적 로펌인 앨런&오버리의 도우 랜디 파트너는 "유럽은행들이 몸집이 작았던 10~20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