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5년 체코의 화학자 오토 비흐테를레가 개발한 콘택트렌즈는 안경을 착용하는 불편 없이 시력 저하자들의 볼 권리를 보장해주는 대표적 문명의 이기 중 하나다. 소재의 발전과 착용감 향상에 힘입어 국내의 경우 착용자수가 500만~60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콘택트렌즈 사용자들에게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오랜 불만사항이 남아 있다. 바로 낮은 습윤성(濕潤性)이다. 실제로 우수한 착용감과 높은 산소투과율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프트 렌즈조차 실리콘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습윤성 확보에 한계가 있어 장시간 착용 시 안구건조증·충혈·각막염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화학공정연구본부 장태선 박사팀은 이 같은 난제를 풀 해법을 찾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개발을 지속해왔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인간의 눈이었다. 그리고 2년여의 연구 끝에 안구의 유리체에 존재하는 생체물질인 히알루론산 나트륨이 산소투과율과 습윤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장 박사는 "콘택트렌즈 내·외부에 히알루론산 나트륨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는 방법으로 '셀룰로오스 하이브리드 콘택트렌즈'의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며 "실험결과 기존 제품 대비 안구건조증과 충혈·부종 등을 90% 이상 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장 박사는 또 "이 기술은 착용감·습윤성·산소투과율에 더해 가격경쟁력까지 뛰어나다"면서 "연간 3,000억원 규모의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 중 80%를 해외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산업적·경제적 가치에 주목한 국내 콘택트렌즈 전문기업 인터로조는 정액기술료 3,000만원과 연 매출 1%의 경상기술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 기술을 이전받았고 그 선택은 옳았다. 장 박사팀의 원천기술을 접목해 상용화에 성공한 이래 코스닥 상장과 더불어 지식경제부 신기술 인증, 신기술촉진대회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 이 제품으로만 올해 60억원, 오는 2015년 12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최근 제2생산공장을 증설하고 해외시장 공략에도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시철 인터로조 대표는 "제품 출시 직후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품질과 성능을 인정받았다"며 "이에 힘입어 유럽·미국·일본 등 해외 6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박사팀은 현재 콘택트렌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콘택트렌즈의 핵심원료인 아크릴산염의 국산화에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대량생산에 성공할 경우 대폭적인 원가절감 효과가 발휘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의료용 콘택트렌즈를 대체할 새로운 콘택트렌즈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