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2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7%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일각에서는 물가상승률이 사실상 제로로 떨어지며 5%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중국 수출은 2.8% 감소하며 석 달째 뒷걸음질쳤다.
8일 블룸버그가 주요 투자은행의 중국 2ㆍ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1·4분기의 7%에 못 미치는 6.8%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4월 산업생산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5월 산업생산도 큰 폭 반등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고정자산투자증가율·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각종 지표를 살펴볼 때 정부가 목표로 삼은 7% 안팎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에서는 이날 수출 증가율 발표를 시작으로 9일 CPI, 11일 산업생산·투자증가율 등이 잇따라 발표된다.
이날 발표된 수출 증가율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5월 수출은 위안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한 1조1,700억위안을 기록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월 역대 최저치인 6.2%보다 하락폭이 둔화됐고 4% 감소를 점쳤던 전문가 예상치보다 감소폭은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이 8,033억3,000만위안으로 18.1%나 급감하며 무역수지 흑자는 3,668억위안으로 예상치 2,451억위안을 웃돌았다. 수출 감소에도 내수부진으로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불황형 흑자'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 5월까지 누계로 지역별 수출상황을 보면 대미 수출은 8.9% 늘었지만 유럽연합(EU)과 일본 수출은 각각 7.1%, 11.2% 감소했다. EU의 경제 부진이 중국 수출둔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번주 발표가 예정된 5월 CPI는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아진 1.3%로 예상되며 산업생산 증가율은 6% 정도로 추정된다.
수출·산업생산·소비의 3대 경제요소 둔화로 중국이 6%대 후반대로 성장할 경우 2009년 1ㆍ4분기(6.6%) 이후 최저치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금리수준을 반영할 경우 제로 밑으로 내려간데다 부채 비중이 높아 소비나 투자가 활성화되기 힘들다며 '5%대 급락 가능성'도 내놓았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중국의 2ㆍ4분기 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낮추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성장률 전망이 엇갈린다. 관영 싱크탱크인 중국국가정보센터는 구조 조정이나 제조업 부문의 재고 부담 등을 들어 6.8%로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산업생산, 부동산 개발, 기업투자 부진 등을 이유로 7% 아래를 전망했다. 반면 중국은행 국제금융연구소는 4월 초에 내놓은 '경제금융 전망' 보고서에서 "2ㆍ4분기에는 외부환경 호전, 안정적 성장정책 효과 등이 가시화돼 둔화 속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성장전망이 둔화되며 중국 정부는 금리ㆍ지준율 인하 등 통화정책 외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재정을 확대하는 경기부양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중국 전문 이코노미스트 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3ㆍ4분기께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5.1%)와 예금금리(2.25%)가 각각 0.25% 포인트씩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셴장광 미즈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을 완화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거품 우려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재정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발개위는 지난달 26일 1조9,700억위안을 투입해 부동산 민관협력(PPP) 프로젝트 1,043개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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