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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CGV 왕십리 영화관 8관에 입장하려는 팬들은 입구에서 길게 줄을 서야 했다. 보안요원이 영화의 동영상 촬영을 막는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의 렌즈에 일일이 마크를 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노아'의 시사회 행사가 열렸다. 영화 수입사는 이 영화가 이날 전세계에서 최초로 시사회를 가져 영상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과정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폼페이:최후의 날'를 비롯해 최근 이렇게 수고스럽게 시사회 행사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전세계 영화시장에서 한국에서 최초 상영되는 영화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영화시장이 커지면서 세계가 한국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의 흥행을 전세계 시장의 바로미터가 되는 경우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전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타이틀로 개봉한 영화는 리암 니슨의 액션활극 '논스톱',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폼페이'가 있고 앞으로도 20일 '노아', 26일 '캡틴 아메리카:윈터솔저'의 개봉이 예고돼 있다. 모두 블록버스터급 대작들이다. 물론 외국영화가 한국에서 처음 개봉하는 것이 올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어메지징 스파이더맨'과 '레미제라블'이, 지난해에는 '아이언맨3'과 '토르:다크 월드'가 있었다.
할리우드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 영화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지난해 국내 관객 2억명선을 돌파했고 1인당 연간 영화 관람편수도 4편으로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이와 함께 할리우드 영화의 매출도 덩달아 뛰고 있다. 2009년 '아바타'가 1,330만명 관객몰이로 1,250억원을 번데 이어 올해 '겨울왕국'이 1,030만명(820억원), 지난해 '아이언맨3'가 900만명(710억원) 등 대박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인의 영화관람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관객들도 보다 유행에 민감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면 전세계적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영화홍보를 위한 할리우드 배우들의 방한은 이제 이슈거리도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013년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리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월드워Z'의 브래드 피트, '아이언맨3'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토르: 다크 월드'의 톰 히들스턴 등의 방한이 이어졌다. 특히 '토르: 다크 월드'의 경우는 마블 스튜디오의 대표인 케빈 파이기가 함께 한국을 찾기도 했다.
한국배우들의 할리우드 영화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이병헌, 비(정지훈) 등이 대표적이다. 여배우 수현이 내년 4월 개봉예정인 '어벤져스2: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합류하기로 했는데 영화는 주요 부분을 서울에서도 촬영한다. '어벤져스2'의 제작사는 마블 스튜디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 '전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타이틀을 단 할리우드 영화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한국시장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이런 타이틀이 국내에서의 흥행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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