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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플링 심화… 세계경제 혼돈속으로] "출구" 한마디에 무너진 엔

美 조기 금리인상설에 4개월 반만에 최저치

공공기관도 엔화 매도 "연말 112엔대" 전망도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엔화가치가 추락하면서 '안전자산'이라는 명성이 무색해지고 있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일본 공공자금이 해외투자를 확대하면서 엔화를 매도해 엔 약세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환율상승)하며 장중 달러당 103.96엔까지 하락했다. 지난 4월3일 이후 4개월 반 만에 최저치다.

전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7월 의사록 공개 결과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달러화로 돈이 몰리면서 엔화약세를 이끈 탓이다. 여기에 일본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처를 해외로 확대하려는 일본 공공기관들이 대규모로 엔화를 매도해 최근의 엔화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올해 말까지 엔화가 달러당 112엔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8일 엔·달러 환율이 101엔대에 진입하며 엔화강세를 보였을 때도 대규모 공공자금이 엔화 매도주문에 나서면서 환율이 진정됐다. 시장에서는 당시 우정그룹 산하 간포생명보험이 해외채권 매입을 위해 엔화를 매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우정그룹 산하 유초은행과 간포생명의 해외투자 규모는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6월 말 현재 두 기관의 외화표시 운용자산 잔액은 25조엔과 1조6,00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78% 증가했다.

특히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이 오는 9월 운용개혁 최종안을 확정하면 엔화약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GPIF 운용위원회는 이달 초 국내 주식투자 상한선을 폐지한 데 이어 조만간 해외 주식과 채권,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 제한도 없앨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은행(BOJ)이 지난해 4월 이후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데 대한 실망감으로 올해 들어 엔화가치가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GPIF 운용개혁을 계기로 엔화약세 기조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28조엔 규모의 GPIF가 해외투자 확대를 위해 대규모 엔화를 매도할 경우 엔화약세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니시카와 마사히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GPIF가 자산운용 비중을 조절해 해외 증권 투자를 확대하면서 최소 11조엔의 엔화 매도 압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라증권의 외환전략 최고책임자 이케다 유노스케도 "GPIF 등 일본 연기금들은 운용개혁안이 시행된 후 18~24개월 내에 일본 주식 7조엔, 해외 자산 16조엔어치를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말까지 엔화가치가 9% 하락해 달러당 112엔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는 달러화뿐 아니라 원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오후3시 현재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85원46전을 기록해 약 6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큰 변동이 없었던 반면 엔화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며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원화보다는 엔화가치 하락폭이 더 클 것으로 보여 원·엔 환율도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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