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대중교통만 보더라도 스마트폰으로 TV방송이나 영화를 보는 사람은 적지 않지만 책 읽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고등학생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느라, 대학생은 취업 스팩을 쌓느라 시간이 없다고들 한다. 직장인들도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생존하려다 보니 책 읽는 시간에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인간관계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 한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나오다 보니 책은 너무 시시해서 못 본다는 이유도 책을 안 읽는 이유의 상위권에 나온다. TVㆍ영화ㆍ드라마는 물론 게임ㆍ뉴스ㆍ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너무 볼 게 많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독서 인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2012년 전자책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종이책을 1년에 한 번이라도 읽은 성인 독서인구는 1994년 87%에서 2011년 67%로 20% 포인트나 줄었다.
통계청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를 보면 2003년부터 2012년 사이에 소득은 55%, 지출은 50% 늘었지만 유독 서적 구입비는 28%나 줄었다. 2012년의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1만9,026원으로 통계청 조사 개시 이래 처음으로 2만원대 밑으로 추락했다.
출판산업이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가계 수입에서 차지하는 서적 구입비의 비중은 2003년 1.22%에서 2012년에는 0.59%로 10년 새 절반 이하로 줄었다.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독서감소의 이유로 '공부나 일 때문에 바빠서'가 38.2%로 가장 많았고 '책보다 영상ㆍ정보ㆍ오락매채 이용'이 25.2%, '다른 여가활동 하느라'가 18.5% 순으로 나타났다.
빈사상태에 빠진 출판업계
지난해 출판 발행부수는 무려 20.7%나 감소했다. 1994년 5,683개에 달하던 전국 서점은 2011년에 1,752개로 70%가량이 사라졌다. 출판업계는 책과 관련해 생산ㆍ유통ㆍ소비에 모두 빨간불이 들어와 산소 호흡기를 달고 응급실로 가야 할 만큼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렇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책은 여전히 희망이고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이다.
나폴레옹, 링컨이 시대의 위인이 된 배경에는 독서의 힘이 컸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마차에 책을 잔뜩 실은 '진중 도서관'을 운영하며 열심히 책을 읽었다. 링컨은 학교 앞에 가본 적도 없지만 당시 귀했던 책을 외울 때까지 큰소리로 낭독하는 특유의 독서방법으로 연설과 토론 등 정치인의 자질을 쌓아 갔다고 한다. 미국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암기한다는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문은 그래서 가능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해리 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은 유명한 독서광이다. 이들은 책을 통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거대한 부의 성을 쌓았다.
박근혜 정부는 4대 국정지표로 '경제부흥ㆍ국민행복ㆍ문화융성ㆍ평화통일'을 제시했고 실천 키워드로 창조경제를 주창하고 있다. YS의 국제화, 노무현 정부의 참여,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에 이어 내건 슬로건이다. 창조경제는 창의력에서 나온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해 9월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12~2016)'을 발표하면서 출판산업 살리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도 최근 2013 서울국제도서전에 직접 참여하면서 책과 출판산업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하지만 5대 글로벌 콘텐츠 육성산업에는 게임ㆍ음악ㆍ애니메이션ㆍ캐릭터ㆍ영화ㆍ뮤지컬만 들어갔고 최근 패션과 만화를 추가했지만 출판이나 책의 자리는 없다. 책이나 신문구입에 대한 세제혜택 지원법률안도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다.
정부,업계,국민 지혜 모아야
출판업계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디지털화 해가는 시장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상품개발에는 뒷전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정부와 출판업계가 생존의 기로에선 우리 경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출판산업을 살리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인 국민들이 변해야 한다. 책을 읽지 않고는 급변하는 시대, 급변하는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전자책 앱을 다운로드 받아 저렴하게 틈틈이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무더운 날씨에 지치는 요즈음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서라도 삶의 지혜와 즐거움을 주는 독서삼매경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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