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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테러로 바뀐 세계물류환경

김낙회 관세청장


10년 이상 지났지만 지난 2001년 9·11테러의 참상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피랍된 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와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에 날아가 부딪치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화염을 내뿜으며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무역센터를 지켜보던 지구촌은 경악했다. 테러는 세계 질서의 흐름을 바꿔놓는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했고 중동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9·11테러는 세계 물류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테러 이전까지 세계 각국은 화물을 신속하게 통관하는 데 무게를 뒀다. 하지만 9.11사건 이후에는 화물을 신속하게 처리하면서도 테러 등 국가 안보,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물품을 차단하기 위한 고민이 깊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성실무역업체(AEO) 제도다. 현재 전 세계 주요 64개국이 시행할 정도로 자리 잡았다.

AEO는 세관에서 기업이 안전관리기준 등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심사해 문제가 없을 경우 수출입 과정에 다양한 통관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AEO 인증기업은 제품을 수출하거나 수입할 때 통관 단계에서부터 검사를 생략하거나 우선 통관 등의 혜택을 받아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성실무역업체 상호인정약정(AEO MRA)을 통해 AEO 인증기업은 상대 국가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의 통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비롯해 미국·일본 등 9개 국가와 AEO MRA를 체결한 AEO MRA 세계 최다 체결 국가다.

지난해 한국과 AEO MRA를 체결한 중국의 사례를 보자. 우리 AEO 인증업체가 중국에 물품을 수출할 때 통관 소요시간은 기존의 10시간17분에서 3시간54분으로 62% 감소했다. 중국 AEO 업체가 우리나라에 수출할 때도 통관 소요시간이 5시간10분에서 2시간16분으로 56% 줄었다.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한중 AEO MRA를 성공사례로 들며 다른 국가 정상들에게 역내 확대 체결을 제안해 관심을 받았다.



앞으로 기업의 AEO 인증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국적 기업들이 물품 수입조건으로 AEO 자격 획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중소기업은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기업인 M사에 납품할 계획이었지만 AEO 인증이 없어 거래가 무산됐다. 가격과 품질 등 조건만 맞으면 거래가 성사되던 과거와 달리 AEO 인증이 무역의 필수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에서 AEO 인증을 받은 기업은 591개다. 343개의 중소기업도 포함돼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0%와 수입의 23%를 담당했다. AEO 인증은 기업들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AEO가 더욱더 많은 기업들의 수출에 날개를 달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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