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馬英九ㆍ사진) 대만 총통이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불안감 속에 20일 취임식을 갖고 집권 2기 임기를 시작했다.
이날 대만 타이베이 시내 총통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마 총통은 경제성장, 사회 공평, 정의 확대, 녹색성장과 환경보호, 문화 국력 제고, 인재 양성 등 5대 중점 과제를 제시하며 대만의 전면적인 경쟁력 제고를 강조했다.
하지만 잔칫날이 돼야 할 취임식은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이날 타이베이에서는 제1야당인 민주진보당(DPP)과 대만단결연맹 등 야당과 시민단체 회원 10만여명이 모여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리팅쿤(李廷坤)씨는 타이베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 총통에게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모였다"면서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것이 국가가 우리에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국민적인 저항은 마 총통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 허용, 기름 값, 전기료 동시 인상, 증권거래소득세 신설 등을 여론의 동의 없이 밀어붙인 결과다. 마 총통은 인체 유해 성분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1월부터 중단해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지난 3월부터 추진하고 나섰다. 또한 4월에는 가정용 휘발유 가격과 전기료를 최대 35%나 인상하기도 했다.
여론 지지도도 거의 땅에 떨어졌다. 보수신문인 연합보가 17일 벌인 여론조사 결과 마 총통의 지지도는 23%로 4개월여 전 재선에 성공했던 득표율인 51.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부 진보언론의 여론조사에서는 지지도가 역대 최저 수준인 15%까지 추락했다.
이런 기류를 인식한 듯 마 총통은 취임식 전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각종 정책이 국민을 불편하게 한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하고 향후 정책 추진과정에서 민의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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