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이 리그 선두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격침시켰다. 지동원은 2일(이하 한국시간) 선덜랜드 홈구장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끝난 맨시티와의 EPL 19라운드 경기에서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역습 상황에서 스테판 세세뇽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까지 제친 뒤 유유히 골망을 갈랐다.
4만여 홈 관중이 한 몸처럼 껑충껑충 뛰었고 지동원은 ‘과격한’ 축하를 받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한 남성팬은 지동원에게 ‘기습 키스’를 퍼붓기도 했다. 볼 점유율 31대69로 절대열세였던 선덜랜드는 이 한방으로 1대0 승리의 기적을 작성, 13위(5승6무8패)로 2계단 뛰어올랐고 맨시티는 시즌 2패(14승3무)째를 당했다.
◇38억이 680억을 이기다= 올 시즌 EPL에 입성한 지동원의 이적료는 350만달러(약 38억원)로 알려졌다. 이날 교체출전한 맨시티의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의 이적료는 지동원보다 18배나 많은 4,500만유로(약 680억원). 하지만 아게로는 영패를 막지 못했고 38억의 지동원은 영웅대접을 받았다.
소속팀의 백업 공격수 신세인 지동원은 지난해 9월 시즌 첫 골도 후반 추가시간에 넣었다. 당시 상대 또한 강호 첼시였다. 첼시전 이후 114일 만에 2호골을 넣은 지동원은 시즌 성적을 2골 1도움으로 늘렸다. 올 시즌 출전한 12경기 중 11경기가 교체출전이었던 지동원은 이날도 후반 32분에야 교체투입됐다. 하지만 짧은 출전시간에도 불구하고 단단히 ‘사고’를 치면서 새 사령탑인 마틴 오닐 감독의 총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동원은 경기 후 “최고의 팀을 상대로 마지막 순간 결승골을 넣었다. 우리팀의 새해 첫 골을 넣었으니 올 한 해가 잘 풀릴 것 같다”고 말했고 오닐 감독은 “환상적인 골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동원이 가져온 EPL 판도변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달 31일 약체 블랙번에 2대3으로 졌다. 따라서 맨시티가 선덜랜드와 무승부만 했어도 단독선두로 치고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동원의 결승골이 지역 라이벌 맨시티와 맨유를 승점 차 없는 1ㆍ2위에 묶어뒀다. 결과적으로 박지성의 맨유를 구한 셈이다. 1경기를 덜 치른 3위 토트넘과 선두그룹의 승점 차이는 불과 6. 상위권 구도가 한층 흥미로워졌다. 선덜랜드 역시 9위 에버턴에 승점 3 차이로 접근해 중위권 다툼이 혼전으로 빠져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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