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를 맞은 지금 우리 금융산업은 안팎으로 새로운 도전과 위험에 직면해 있다. 대외적으로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후반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한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앞으로도 장기간에 걸쳐 유럽을 포함한 세계 경제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등 여타 선진국들의 경기회복마저 지연되고 있어 전 세계에 드리운 경제적 암운이 가까운 장래에 쉽사리 걷힐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둔화되고 경상수지 흑자 폭도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올 상반기 현 상황에 대한 국제적 해법이 마련돼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소라도 해소된다면 하반기부터 일정한 회복세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추가적 충격이 발생해 다시금 글로벌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하게 우리나라를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급증과 질적 악화 문제가 금융산업을 포함해 우리 경제 전반의 핵심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해온 가계부채는 소득대비 비율이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훌쩍 넘어섰고 지난해부터는 비(非)은행권을 중심으로 증가 속도가 빨라져 부채 규모와 질적 차원에서 잠재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여건으로 국내 경기가 추가로 악화된다면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장기적 차원에서 금융에 대한 국제적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움직임, 급속한 저출산ㆍ고령화도 금융산업에 반가운 환경 변화가 아님은 자명하다. 무엇보다 금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와 드세지는 공공성 강화 요구는 금융산업 종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거시경제의 불확실성과 규제 강화 움직임, 공공성 요구 증대와 같은 변수들은 단기적으로 금융회사들의 성장을 저해하고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러한 요인들을 악재가 아닌 호재, 금융산업 선진화의 기회로 인식하고 적극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 대내외 금융불안은 우리 금융회사들의 리스크 관리능력을 높이고 새로운 수익기회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외 진출이나 우수인력 확보, 나아가 해외 선진 금융회사 인수합병(M&A)에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 금융산업에 신성장동력 발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이고 신성장동력과 관련해 글로벌 전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금융산업에 대한 규율과 금융소비자 보호가 강화되면 이에 순응하기 위한 비용 상승이 필연적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금융회사들의 생산성ㆍ효율성이 제고되고 경영 인프라가 개선되면 장기적 경쟁력 제고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금융산업의 사회적 공헌 확대 요구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궁극적으로 금융에 대한 인식 전환의 촉매로 작용함으로써 실물경제와 금융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금융회사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음으로써 결국 금융에 대한 사회적 신뢰라는 핵심 자산이 쌓여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산업이 직면한 상황들을 전향적으로, 그러나 면밀히 검토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해나간다면 궁극적으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금융시장이 효율화될 것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굳건한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흑룡의 해인 2012년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 금융산업이 새로운 플레이어로 발돋움하는 원년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