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비유럽권 교황이며 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인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세 가지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풀어 설명하는 강론법을 즐겨 사용한다.)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지난해 3월13일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 그는 지구촌 11억 가톨릭 교도를 이끄는 교회의 수장이 됐음에도 소탈함을 간직한 채 '민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지난해 7월 브라질 세계청년대회 때는 방탄차 대신 지붕 없는 차로 군중과 직접 만났고 바티칸을 방문한 젊은이들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지난해 12월17일 생일에는 로마의 노숙자들을 교황청으로 초청했으며 노동자 신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술집 문지기와 화학실험실 조수로 일했던 과거사를 공개해 친근감을 더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전세계의 신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 첫 교황이기도 하다. 그의 수요일 일반알현과 일요일 삼종기도 연설은 교황청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도 교황의 소탈한 언행이나 쉽게 와 닿는 메시지가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로 꼽혔다.
친근한 교황이지만 '개혁'에는 단호하다.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는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그의 말은 교회와 성직자들의 청렴을 강조한다. 교황은 바티칸 은행의 모든 활동을 조사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국제기준에 맞는 회계처리를 추진하기로 했고 지난달 교황청 재정을 총괄할 경제사무국 신설을 발표했다. 아동 성추행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처했다. 또 동성결혼·이혼·피임 등 지금까지 가톨릭 교리가 엄격하게 반대해온 사안에 대해 신자들의 인식을 묻기 위해 전세계 주교회의와 교구에 취지문과 설문지를 보냈다. 우리나라 역시 설문 결과를 교황청에 제출한 상태다.
교황의 전통은 부활 후 승천한 예수가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며 자신의 대리자로 지목한 베드로에게서 시작됐다. 교황은 세계 가톨릭의 중심인 로마 교구의 교구장이며 바티칸 시국의 원수이다. 동시에 종교를 초월한 이 시대의 생명과 평화의 수호자라는 사명을 갖기에 교황은 지난 2일 삼종기도 후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 분위기를 촉진해줄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하는 등 평화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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