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교육심리학자 존 스웰러(John Sweller)에 따르면 학습자에게 과도한 양의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인지능력에 부하가 발생해서 학습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많은 양의 정보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잉정보의 문제는 비단 교육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펀드 투자자들도 직면하고 있는 불편한 현실이다. 현행 제도는 금융회사로 하여금 펀드 투자자에게 50쪽이 넘는 투자설명서를 설명하고 또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투자경력이 많은 투자자에게는 중언부언에 불과하고 반대로 초보 투자자에게는 과도한 정보의 양으로 인해서 정작 중요한 정보를 습득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두터운 투자자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는 미국에서는 5쪽의 요약설명서로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 7월부터 핵심적인 내용을 담은 2장짜리 설명서로 투자권유에 임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자료의 양이 적다고 설명을 적당히 하거나 투자자보호에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투자자가 꼭 유의해야 할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서 투자자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식 설명을 진행하되, 금융회사의 의무 등은 정식 투자설명서에 근거하도록 해서 투자자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하고 있다. 또 투자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우리의 50쪽 투자설명서에 해당하는 정식 투자설명서를 언제든지 제공ㆍ설명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비슷하게 8쪽짜리 간이투자설명서를 통해 핵심사항 위주의 투자자별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펀드 투자설명이 50쪽짜리 교과서를 주입하는 금융회사의 일방적ㆍ형식적 과정이 아니라 중요사항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와 현명한 판단을 돕는 실질적 상호작용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조속한 법 개정을 기대한다. 신체적 비만 못지않게 정보비만도 투자자에게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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