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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금 신흥국으로 다시 돌아오나

저가 매수자금 선별 유입<br>멕시코 페소화 4% 오르고<br>중동 산유국 증시 강세<br>출구전략 등 악재 여전<br>추세 반등은 아직 일러


지난 두 달 남짓 무섭게 자금이 빠져나가던 신흥국으로 투자자들의 저가매수세가 다시 조심스럽게 유입되기 시작했다. 투기성 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자산가격 거품이 꺼지자 신흥시장의 투자매력을 다시 눈여겨보기 시작한 일부 투자자금이 선별적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하고 중국의 저성장 국면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 국제경제의 약점이 있는 만큼 신흥시장이 전반적으로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지난 두 달 동안 투기성 핫머니가 빠져나간 신흥시장의 저렴한 자산에 다시 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펀드정보 업체 EPFR글로벌에 따르면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로 신흥국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빠진 자금은 지난 한 달 동안에만도 370억달러에 달했다. MSCI신흥국시장지수는 올 들어 14%나 하락한 상태다.

이처럼 단시일에 급격히 자금이 유출되면서 자산가격이 급락하자 일부 투자가들은 다시 고성장과 고수익이라는 매력을 강조하며 신흥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마이클 고메즈 핌코 신흥시장 담당 공동대표는 "일부 신흥시장의 조정국면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멕시코의 경우 페소화 가치가 지난달 20일 11개월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3.3663페소를 기록한 이후 4% 이상 반등한 상태다. 타나시스 페트로니콜로스 베어링스 채권팀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멕시코 페소화를 사들이고 있다"면서 "지난 두 달간 멕시코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 출구전략에 대한 패닉이 진정되며 신흥국에서 무차별적으로 빠져나갔던 자금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브라질은 부진한 성장세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심각한 자금유출이 발생했지만 꾸준한 경제성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부 투자가들 사이에 투자매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현재 브라질의 10년 만기 헤알화 연동채권 수익률은 10.97%로 5월에 비해 1%포인트 이상 오른 상태다.



원자재 값이 떨어지는 동안에도 원유 시세가 상승세를 보이며 중동 산유국에도 투자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MSCI신흥국지수가 지난 석 달간 9% 빠진 것과 대조적으로, 카타르ㆍ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6개 산유국 증시를 보여주는 MSCI지수는 같은 기간 5.8% 올랐다.

하지만 신흥시장의 높은 위험도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주장도 여전하다. CNBC는 "일부 투자가들은 지금이 신흥시장 주식에 투자할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더 이상 좋은 투자방식이 못될 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표적 신흥국인 인도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여전히 통화가치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처드 번스타인 번스타인자문 대표는 "미국의 양적완화로 신흥시장의 신용거품이 확대됐지만 지금은 그 거품이 꺼지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예고한 출구전략 때문에 결국 대다수 신흥국들은 대대적 자산유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둔화된 신흥국 경기도 악재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1998년 러시아 위기 이후 브릭스(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저성장을 다시 한번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15일 발표된 중국의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5%로 두 분기 연속 둔화했다.

또한 원유를 제외한 원자재 가격이 전체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해 원자재를 수출하는 신흥시장 기업 및 신흥국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 제니퍼 델라니 UBS 신흥시장 전략가는 "신흥국에 투자할 필요가 없으면 하지 말라는 것이 우리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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