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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 경제협력 강화… 세불리는 중국 견제

10억달러 공동 투자기금 설립<br>쿠릴열도 반환 교섭도 재개

일본이 아베 신조 총리의 극우 행보로 한국ㆍ중국 등과 갈등을 빚으며 외교적으로 고립되자 러시아와 손을 잡고 동북아 지역 영향력 유지에 나섰다. 양국은 경제협력 강화와 쿠릴열도 교섭 재개라는 선물을 하나씩 주고받으며 중국 견제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일본 총리로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 중인 아베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통해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공동투자기금 설립을 발표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러시아 고위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이 기금에는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러시아 국부펀드, 러시아 국영개발은행 등이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이 이처럼 관계증진에 잰걸음을 보이는 것은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본으로서는 역사 문제와 영유권 분쟁으로 한국ㆍ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자 탈출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러시아로서도 글로벌 자금이 중국으로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극동 지역 발전을 위해 일본 자금이 절실하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2~3년 내 일본의 대러시아 투자액이 현재의 10배를 넘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을 의식해 "양국 관계가 사상 최고 수준의 전략적 협력관계에 있다"고 강조했지만 러시아로서는 중국의 외교정치적ㆍ경제적 부상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러시아는 일본을 경제 파트너로 끌어들이기 위해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교섭을 재개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릴열도 분쟁이 해결될 경우 양국 간 협력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관방부장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영토분쟁을 빨리 해결해야 일본이 러시아, 특히 시베리아 개발에 참여할 수 있음을 러시아가 속히 깨닫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쿠릴열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당시 소련이 일본으로부터 점령했으며 1956년 10월 양측은 쿠릴 4개 섬 중 '하보마이 열도와 시코탄섬을 평화조약 체결 후 일본에 반환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측이 4개 섬 일괄반환을 주장하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부터 논의가 중단됐다가 지난해 3월 푸틴 대통령이 문제해결에 의욕을 보이면서 다시금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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