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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등기임원 연봉공개가 남긴 숙제

김현상 기자 <산업부> kim0123@sed.co.kr



이번주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를 꼽자면 단연 상장사 등기임원의 연봉공개를 빠뜨릴 수 없다. 지난달 31일 연봉 5억원이 넘는 주요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들의 보수가 일제히 공개되자 온라인 공간에서는 "평생을 한 푼도 안 쓰고 벌어도 만져볼 수 없는 돈"이라는 한탄과 함께 "고액 연봉자들을 자르면 수많은 신입사원을 뽑을 수 있다"는 감정 섞인 글들이 쏟아졌다.

연봉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일부 정치권에서는 연봉 공개대상을 비등기 임원으로 확대하고 연봉 상한선을 두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업 경영자들의 연봉이 일괄적으로 공개되면 위화감 조성과 같은 상당한 후폭풍이 뒤따를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물론 경영성과가 좋지 못한 기업 경영자가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받았다면 주주 입장에서는 충분히 문제 제기할 수 있다. 특히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이나 임금삭감 등을 요구하면서 정작 오너 일가나 고위 임원들은 고액의 연봉을 챙겼다면 결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좋은 실적을 올려 세금을 많이 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경영자에게 그에 걸맞은 연봉을 지급하는 것까지 단지 금액이 많다는 이유로 문제 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등기임원의 보수는 경영성과와 경영책임, 기업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는 연봉의 적정수준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생략한 채 누가 얼마를 받았고 직원들보다 몇 배가 더 많다더라 하는 식의 자극적인 기사와 반응이 주를 이루며 반기업정서만 부추기고 있다.



등기임원 연봉공개의 목적은 CEO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돈 잘 버는' 기업인들의 연봉을 낱낱이 까발려 사람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지금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무차별적인 연봉공개의 부작용을 우려해 독일은 공개 대상을 우리와 마찬가지로 등기임원에 한정하고 있으며 미국은 고액연봉 상위 3인, 일본은 연봉 1억엔 이상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사라져 가는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연봉공개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이 또다시 기업인을 적대시하는 반기업정서로 이어진다면 규제개혁의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실적이 좋으면 고액 연봉을 받고 그렇지 못하면 적게 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적 풍토의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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