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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지는 경제 문제들을 틀어막느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수출기업의 해외채무 상환을 지원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달러화와 유로화를 빌려주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은행들에 외화를 빌려주고 은행들이 이 자금을 대형 수출기업에 외화로 대출해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러시아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제시하며 향후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FT는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를 인용해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러시아 기업의 대외채무가 1,200억달러(약 132조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700억달러는 차환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 비은행권 기업 해외채무의 상당 부분은 국영 에너지 업체인 로스네프트와 가스프롬에 집중돼 있다.
이와 별도로 러시아 정부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항공사 트란스아에로에 향후 3~7년간 90억루블(약 1,800억원)의 국가보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이타르타스통신이 재무부의 제안서 초안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2위 항공사인 트란스아에로는 지난달 말까지 항공연료 공급업체에 지급해야 할 6,070만달러의 빚을 갚지 못해 정부와 채권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10%를 돌파한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타스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보드카 가격이 급등한 데 대해 "보드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면 밀매행위가 늘어난다"고 경고했다며 보드카 가격제한 조치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내려질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연일 쏟아지는 정부 대책에 루블화 폭락세는 한 주 만에 빠르게 진정됐다. 지난주 달러당 80루블을 돌파할 정도로 치솟았던(가치하락) 루블화 환율은 이날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53.50달러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서방의 경제제재와 저유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루블화 진정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중개 업체인 에프엑스프로의 사이먼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는 "연휴 시즌을 맞아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루블화는 아직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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