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통령 선거 때 제시한 공약을 연기하거나 (재정투입을)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11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 자리에서 현실적이 되고 싶다"며 "선거 당시 밝힌 모든 것들을 우리가 기대하는 속도로 할 수는 없을 것이며, 모든 미국인들의 개인적인 희생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은 올해 중 경기부양에 투입되는 재원을 제외하고도 1조2,000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한정적 재원을 경기부양 등 반드시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구체적으로 어떤 공약을 연기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뉴욕타임스(NYT)는 부유층 감세 혜택의 조기 폐지와 의료보험 개혁,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이 연기되거나 재정투입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NYT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적 최고 관심사는 일자리 창출에 있다"며 이를 위해 도로와 교량ㆍ학교시설 현대화 등 사회간접자본(SOC)투자 확대와 중산층 세금 감면 등이 우선적으로 시행될 것이라 전망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소매 판매와 제조업 실적 등 모든 경제 지표가 1930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에 처해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준비중인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소간 시간이 걸리며,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기대 수위를 낮췄다. 오바마 당선인은 재무부 구제금융(TARP) 집행과 관련, "TARP가 실행되는 과정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주택이 압류될 위기에 처한 주택소유자에 대한 대책이 미흡했다"며 잔여 3,500억 달러의 상당액이 주택소유자 구제에 투입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지난 주 구제금융자금이 금융기관에 투입될 때 엄격한 조건을 부과하고 주택소유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오바마는 미국의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켰던 쿠바의 미 해군 관타나모 기지와 관련, "기지폐쇄 문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어려운 사안"이라며 조기 폐쇄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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