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FTA 반대 집회에 참가했던 박희진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 등 2명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6(각하) 대 3(위헌)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헌재는 “물대포 발사 행위가 이미 종료돼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 상황도 마무리된 만큼 헌법소원을 제기할 실익이 없다”며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는 “관련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물대포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집회나 시위에 대해 구체적 해산 사유를 알리고 최소한의 범위에서 쓰도록 돼 있다”며 “앞으로 집회 현장에서 당시처럼 근거리에서 물대포를 발사하는 행위가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설령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더라도 이는 법원이 구체적 사실 관계를 확정해 위법 여부를 판단할 문제지 헌재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이수·서기석·이정미 재판관은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물대포의 반복사용이 예상된다”며 헌재가 이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물대포는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장비로, 구체적 사용 근거나 기준을 법에서 규정해야 하는데 경찰관직무집행법은 이와 관련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특히 경찰이 2011년 집회 당시 물대포를 발사한 행위도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기본권 침해 행위라고 봤다.
세 재판관은 “당시 시위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국회의사당 쪽으로 진행한 것 외에 적극적인 공격이나 폭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는데도 경찰은 행진 10여 분만에 물대포를 발사했다”며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험이 없는데도 물대포를 발사한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이 2011년 11월 여의도에서 FTA 반대 집회를 개최한 뒤 국회의사당 쪽으로 행진을 시도하자 당초 신고한 집회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 시위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발사했다.
박씨 등은 이런 경찰의 물대포 발사 행위로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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