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헤지ㆍ사모펀드 투자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급증하는 보유 외환을 적극적으로 굴리겠다는 의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HKMA가 보유 외환을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HKMA는 최근 미국의 사모펀드 KKR에 투자했다. 베인, 블랙스톤 등도 HKMA의 투자금을 받았거나 투자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투자처를 다양화하기 위해 중국 본토 등 대(對)아시아 투자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관한 정확한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HKMA의 투자처 선회가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단기보다는 장기 투자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전까지 보유 외환을 이용한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HKMA가 태도를 바꾼 이유는 그만큼 보유고가 늘어났기 때문. 홍콩의 보유외환 규모는 지난 2007년 이후 두 배로 급증, 지난 3월 2,588억달러(약 288조원)에 달했다. 이는 홍콩의 환율 안정을 위해 필요한 규모 이상이다. 홍콩은 지난 1983년부터 홍콩달러의 가치를 미국 달러 가치에 고정하는 '페그(Peg)제'를 시행해왔다. HKMA는 아직 보유외환이 싱가포르나 아부다비의 국부펀드 같은 투자목적용 펀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HKMA가 보유외환을 운용해 얻은 수익률은 1994년 이후 연평균 6.1% 수준으로 여타 국부펀드보다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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