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는 23년간 오로지 한 곳에서만 근무해 온 직원이 있다. 그 주인공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폰테'의 지배인 홍석일 부장. 그는 수 많은 단골 고객과 또 그들의 면면과, 그들과의 각별한 친분으로 호텔가에서 화제를 뿌린 인물이다. 기자는 그의 친화력의 비결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와 만나기로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안에는 호텔 지배인의 전범(典範)같은 중년의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 이 곳 주방장이 이탈리아 사람이었어요. 그가 한국문화를 잘 이해하고 종업원을 잘 관리하도록 힘껏 도왔죠. 게다가 이 곳을 찾는 고객들이 비중이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호텔측에서 나를 원했어요. 쉬는 날에도 손님들이 저를 찾았으니까요. 결국은 손님들이 저를 이곳에 붙들어 둔거지요.
-외국인 고객과 내국인 고객의 취향중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뭘까요.
▦저는 비슷하다고 봐요. 외국인은 말만 친절하게 해도 만족하지만 내국인들의 기대치가 오히려 높은 편이에요.
-현재 관리하고 있는 단골 고객들의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
▦수첩에 적혀있는 분들의 숫자는 800~1,000명 사이에요.
-단골 고객중 공개해도 될 만한 유명 인사들이 있습니까.
▦실례가 될까봐 조심스럽지만 연예인 중에는 최불암씨 가족들이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하시죠. 그밖에 정ㆍ재계 주요 인사로는 역대 대통령들이 대부분 다녀가셨어요. 저에게 묻지 말고 유명인사중 아무한테나 제 이름을 여쭤 보는 게 빠를거예요.
-저희가 홍부장을 인터뷰하러 온 이유는 홍부장께서 고객들의 취향을 미리 외우고 있다가 맞춤형 서비스로 감동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고객들의 취향을 외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취향은 변하지 않더라고요. 대개 찾는 자리만 찾고,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은 제가 예상하는 음식을 주문하지요.
-혹시 홍부장에게 업무적으로 귀감이 된 멘토가 있었습니까.
▦여기를 다녀가신 고객 한분 한분이 소중한 멘토지요. 그분들이 나를 아껴주시고 호텔을 아껴줘서 오늘 내가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홍부장이 상을 당했을 때 모 기업 회장이 부부동반으로 문상을 와서 화제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실례되는 질문입니다만 그 때 부고를 그 분께 알리셨나요. 아니면 그분이 스스로 챙겨 찾아오신 건가요.
▦연락을 먼저 했다면 오늘날 내가 이 자리에 없을거에요. 호텔에 오셨다가 소문을 들으셨겠지요. 그 이후로는 그런 고객들을 내 가족으로 생각하고 대접해요. 그 날은 마침 비가 많이 왔는데 문상을 오셨어요. 아마 그 고마움은 평생 못 잊을거에요.
-단골 고객의 자제가 결혼을 다른 호텔에서 했는데 그분의 요청으로 다른 호텔에까지 가서 서빙을 총괄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호텔의 반응이 어떻던가요.
▦내가 힐튼 호텔 직원인줄 모르고 청와대 직원으로 착각을 하더군요. 명함을 줬더니 직원들이 그제서야 깜짝 놀라더라구요.
-홍부장께서 생각하는 서비스의 요체는 무엇입니까.
▦지속성이라고 생각해요. 덧붙여서 사람 마다 기호가 다른 만큼 요구하는 게 모두 다르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을 다하는 게 중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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