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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4월 9일] 불만 해결사 'KC마크'

강병구(고려대 교수·경영학)

전자회사에 근무하는 ‘김인증’씨는 오늘 아침도 골치가 아프다. 신제품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제품출시에 필요한 여러 개의 인증 중 하나만 통과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제 겨우 전기용품안전인증마크를 받았는데 앞으로 전자파안전인증마크를 받아야 하고 또 에너지효율품질인증마크도 받아야 한다. 전자파 인증을 받으려고 한달 전에 신청했는데 대기 중인 제품들이 많아서 2주 이상 기다려야 한단다. 아무래도 출근하자마자 인증기관 담당자하고 한바탕 씨름을 해야 할 모양이다. 그리고 에너지효율 인증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과별로 또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인증마크 받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교통비를 내 돈으로 하라는 거야? 인증마크 여러 개 받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면 과장님께 칭찬들을 텐데, 내 맘대로 되나. 인증기관 마음이지.” 부처마다 인증제 경쟁적 운영
김씨의 부인 ‘무관심’ 여사는 10년 된 냉장고를 바꾸기 위해 양판점으로 향했다. 판매원이 여러 제품을 비교ㆍ설명해 주는데 냉장고에 붙어 있는 에너지효율마크가 눈에 들어온다. ‘아, 우리 남편이 저런 것 때문에 골치를 앓던데’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 주위에 또 다른 종이 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왜 이런 걸 냉장고에 많이 붙여 놓았지? 왜 쓸데없는 짓들을 하지?’라고 생각하며 가격이 적당한 제품을 사서 집으로 왔다. TV홈쇼핑을 보니 쇼호스트가 냉장고 신제품을 소개하며 유럽연합(EU)이 인증하는 CE마크도 받았다고 자랑을 한다. 무관심 여사는 갑자기 새로 사온 냉장고를 열심히 살펴보고 한마디 한다. “어, 왜 새로 산 냉장고에는 CE마크가 없지?” 정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가 사용할 때 안전하거나 불편함이 없도록 다양한 시험과 검사를 거쳐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인 국민은 그저 정부가 알아서 잘 해주겠거니 하며 인증제도에 대해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많은 정부 부처가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수십가지의 인증제도를 경쟁적으로 운영했다. 이와 같은 인증제도는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하여 신뢰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거래 등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제조원가 상승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너무 많은 인증제도가 도입되면서 소비자들은 인증마크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복잡한 인증절차로 인해 비용부담이 늘어나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인증제도상의 이 같은 혼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증마크의 육성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국내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전략으로 유럽의 대표 인증마크인 CE마크를 획득했다는 사실을 집중 부각하기조차 한다. 우리나라보다 산업 후발주자인 중국조차 국가대표 인증마크인 CCC마크를 도입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홍보해 중국제품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 대표 인증마크 육성해야
인증분야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가 기업의 부담은 줄이면서 소비자의 혼란을 막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새로운 국가통합인증마크로 ‘KC마크’를 오는 7월부터 출범시킨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통합 인증마크를 육성하고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의 혼란을 막자는 취지라고 한다. 집에서 새는 쪽박 나가서도 새는 법이며, 집에서 대접 받지 못하는 사람 나가서도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김인증씨도 직장생활이 좀 더 편해지고 무관심 여사도 안심하고 쇼핑할 수 있는 KC마크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며 그래야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는 국가대표 인증마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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