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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6월 1일] 어려울 때 투자하세요
입력2010-05-31 17:53:14
수정
2010.05.31 17:53:14
세상을 살다 보면 항상 좋을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인생사를 돌아보면 언제나 기쁨과 슬픔을 반복하며 한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세계 경제도 마찬가지다. 좋은 시절이 있으면 어려운 시기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차이가 있다면 어려울 때 어떤 대응을 했느냐에 따라 국가ㆍ기업별 희비가 엇갈렸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 성장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위기과정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늘렸고 그 결과 빠르고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어려운 때일수록 설비투자를 늘려 경제성장의 맥을 이어온 것이다.
불확실할 때 격차 더욱 벌려야
하지만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 이후 우리의 모습은 예전과는 극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위기극복의 촉매 역할을 해온 투자가 실종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회복세는 기업의 투자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에 힘입은 바가 크다.
문제는 재정지출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올 재정적자 규모만 하더라도 5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감안할 때 더 이상의 재정 동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재정 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 기업의 투자가 늘지 않으면 경기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투자를 하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삼성이 내놓은 대규모 투자결단은 환영할 만하다. 삼성은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 바이오 등 5개의 새로운 먹을거리 분야에 향후 10년간 2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현재 1등을 하고 있는 반도체와 LCD 등에 올해에만 26조원을 투입해 2등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나가겠다고 했다.
투자 규모도 놀랍지만 그 이유가 분명하다는 점에 더욱 큰 박수를 보낸다. 특히 ‘1위 신화’를 계속 굳혀나가야 한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의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그는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경영여건 변화가 심할 때일수록 투자를 늘려 사업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며 투자 확대를 재촉했다. “그래야만 그룹에도 성장 기회가 오고 우리나라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도 말했다. 특히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변화를 주문했다.
옳은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멈칫거릴 시간이 없다. 세계 1등 기업으로 도약했던 일본 도요타가 한 순간의 방심으로 추락했듯 글로벌 경영환경은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급변하고 있다. 이런 때 투자와 변화를 주저하면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루저(loser)’가 될 수밖에 없다.
삼성의 변화 바람은 다른 기업들로 이어져야 한다. 다행히 LGㆍGSㆍSKㆍ한화ㆍSTXㆍ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들도 투자확대를 도모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또 구본무 LG 회장, 허창수 GS 회장 등 그룹총수들이 전면에 나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점도 희소식이다.
불굴의 기업가 도전정신 절실
사실 대기업들의 경우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게 아니다. 시중에는 유동자금이 넘칠 뿐 아니라 10대 그룹 내부에 쌓아둔 현금만도 지난 3월 말 현재 42조원으로 1년 전보다 17%나 늘어났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금의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한다.
생각을 바꿔 보자. 그동안 우리 기업을 둘러싼 경제환경은 늘 녹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투자를 늘렸고 이를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세상에는 리스크 없는 투자란 없다. 미래를 바라보며 오늘 투자를 모색하는 게 바로 기업이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은 세계 최고로 정평이 나 있다. “해봤어”로 대변되는 한국 기업인들의 불굴의 도전정신이 다시 한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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