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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국회의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민주당의 '서면확약'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며 직권처리 가능성을 강력히 내비쳤다. 박 의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를 부른 자리에서 민주당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문서합의' 요구에 대해 "법상 의무가 돼 있는 것을 무엇 때문에 또 서면으로 받느냐"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ISD 재협상을 요구하고 그것을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면 이제 민주당의 우려는 불식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이 민주당의 문서합의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향후 여당이 비준안 직권상정을 요청해올 경우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2시부터 저녁까지 의원 139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열어 전날 민주당이 제안한 '즉각적 ISD 재협상을 위한 한미 양국 간 서면약속' 요구를 일축한 뒤 한미 FTA 처리를 다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오후4시30분까지 발언한 의원 15명 가운데 11명이 조속한 단독표결을 주장할 정도로 강경기류가 압도했다. 다만 의총은 한미 FTA 처리시기와 방법ㆍ절차에 대해서는 원내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은 당분간 야당과 협상을 이어가되 여의치 않을 경우 조속한 시일 내 처리에 나서기로 해 오는 24일이 1차 D데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의총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의 폭력 저지하겠다는 위협도 이제 돌파해야 한다"며 "국회법과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처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경대처를 주문했다. 한미 FTA 비준안 단독처리 불사 방침을 밝힌 것이다. 홍 대표는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反受其亂)이란 고사가 있다. 결단을 내릴 때 주저하면 대혼란이 초래된다는 뜻"이라며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민주당 요구를 100% 받아들였다. 민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와 억지요구를 계속하고 있고 우리는 이제 설득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부끄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모든 허물은 제가 지겠다"며 민주당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정동영 최고위원과 정범구 의원 등 강경파가 나서 의원 87명 중 47명의 서명을 받은 기존 당론(투자자국가소송제 선 폐기) 고수와 여당의 강행처리시 물리적 저지 방침을 담은 성명서를 원내지도부에 전달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미 FTA는 명백한 불평등 주권침탈 협정이자 미래세대의 삶을 무너뜨리는 독이 든 만두"라며 "제2의 을사늑약은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이어 "FTA는 탐욕적 금융자본주의의 상징인 월가를 점령하자는 세계적 물결 속에 사형선고를 받은 체제를 이식하는 시대착오적 협상"이라며 "이는 애국세력과 매국세력의 결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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