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부 지방에서 시작된 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 규제가 서울에서도 8일 강서구를 시작으로 재개돼 다가오는 일요일(14일)부터 의무휴무 제도도 부활한다. 관련 법 개정이 국회에서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자치구 별로 조례를 개정해 현행법상의 규제를 다시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영업 규제로 중소 상공인과의 상생 효과가 날 것이라는 기대는 높지 않은 것 같다.
우선 대다수 SSM이 영업 규제에서 벗어나게 될 공산이 크다. 현행법상 농수산물 유통 비중이 51%가 넘을 경우 규제 예외 대상인데 농수산물 비중이 50%를 넘는 SSM 대다수가 이를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생계형 상권'으로 분류돼 현행법상 규제 예외인 편의점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실제 SSM의 출점이 제한되면서 일부 편의점들이 신선식품을 갖춰 슈퍼마켓급으로 진화하고 있다. 더욱이 신규 편의점의 30% 이상은 생계형 슈퍼마켓이 전환한 것이다. 결국 극도로 복잡해진 유통 현실을 외면한 '이분법'적 규제는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셈이다.
복합쇼핑몰처럼 '즐길거리'를 포함하는 쇼핑시설이 각광받는 시점임을 감안할 때 전통시장의 부활 가능성은 아직 살아 있다. 또한 공설시장의 마트형 전환 지원이나 입점 중소상공인을 위한 수수료 인하, 각종 비용전가 금지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도 따로 있다.
무 자르듯 둘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흑백논리로 귀결돼 우리 사회의 성숙을 막아온 주범 중 하나다. 진정으로 전통시장의 부활을 원한다면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중소상인을 껴안는 의지가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