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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국회 불량 상임위원회'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상임위의 역할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23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위원장 박진)의 전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여당의 적법 주장에 야당은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박진 위원장 사퇴 결의안 채택 방침을 밝혔다. 특히 이와 같은 상임위의 잇따른 파행이 여야 상임위원장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심지어 하나의 법안을 놓고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상임위간 '밥그릇 싸움'도 빚어지고 있다. ◇與 위원장 상임위…강행 처리 '남발'=물리적 충돌이 가장 빈번한 상임위는 외통위다. 외통위는 지난해 12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폭력국회'의 단초를 제공한 데 이어 전날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여야의 격한 몸싸움 와중에 박진 위원장은 주먹으로 노트북을 두드리며 가결을 선언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앞서 3월에는 정무위(위원장 김영선)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놓고 충돌이 빚어졌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위원장 고흥길)는 미디어 관련법이 핵심으로 18대 국회 내내 여야 격돌의 최전방으로 파행과 충돌을 반복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을 위원장으로 둔 이들 위원회의 강행 처리 남발 등에 따른 빈번한 충돌은 정부의 입법 조급증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野 위원장 상임위…상습 '정체'=환경노동위(위원장 추미애)는 '불량 상임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실제로 환노위는 다른 상임위에 비해 법안처리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무엇보다 비정규직법 개정이 핵심 쟁점인 환노위는 국회 개원이 1년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법안심사 소위마저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위원장 유선호)도 자구심사를 넘어 다른 상임위의 법안에 대해 정책적 판단을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대체로 야당 위원장은 자당의 논리를 입법에 최대한 반영키 위해 심도 깊은 논의를 강조하며 의결을 미루고 있다. 표결처리에 있어 수적으로 열세라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재정위와 정무위는 한국은행의 금융감독 기능 부여를 놓고 불편한 관계다. 해당부처 이기주의에 편승해 지루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사태의 원인은 거의 모든 정책이 정치화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절대 다수의 여당은 타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고 야당도 타협을 통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상임위가 여야의 입법전에 있어 최전선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력 부재로 인한 협상과 조율의 실종은 입법의 부실화와 법안 처리 지연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결국 애꿎은 국민에게만 간다는 비판만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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