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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85> '유행어 같은' 세 가지 ③ 심리


서점가를 가면 가장 독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장르 중 하나가 바로 ‘심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학의 대가인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은 현대 사회인들이 가장 고민하는 화법과 상황별로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고민과 감정을 갖고 있는지 설명한 책으로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중 하나입니다. 한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자기계발서는 ‘긍정적인 관점을 갖자’는 현실에 대한 재해석 관점이나 ‘무조건 힘을 내자’라는 산업화 시대의 동기부여 방식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들도 나름대로 이론적인 근거를 가져야 하고, 어떤 사람은 동일한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누군가는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과 같은 ‘차이’를 객관적으로 조명하기 위해서 심리학과 같은 ‘프레임’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정작 사람들이 ‘심리’ 장르에서 읽는 콘텐츠와 자신들이 체계적으로 분석해 온 ‘심리학’ 사이에 너무나도 큰 괴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심리학은 고도의 심리 실험, 즉 많은 변인이 통제돼 있는 상황 속에서 특정 변인에 따른 분석 결과를 도출하는 과학입니다. 사람의 복잡한 심성 모형을 종합적으로 고찰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과 심리적 기저에 대해서 집중 연구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데이터, 즉 상황이 발생하는 맥락이 바뀌거나 샘플의 수가 늘어나면 얼마든지 분석 결과는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이 ‘심리’와 관련된 책을 쓰는 것을 꺼려 하기도 합니다. 답은 무엇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과학적 정밀성을 잃어버리게 되니까요. 서점가에서 잘 보면 ‘심리’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저자들은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비즈니스 전략가 등 심리학을 ‘과학’으로서 연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정신과 의사들처럼 치료적인 관점에서 심리적 문제를 매우 깊이있게 다루는 전문가들도 있지만요.

다소 체계성과 구체성이 조금 결여된 심리학 책들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우리 사회가 ‘힐링’을 좇으면서 인간의 마음을 중시하게 됐다는 것, 그리고 바쁜 생활 속에서 밀어닥치는 불확실성을 고민하게 됐다는 것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요즘 점집이나 역학원을 대체하는 장소가 심리 상담소라는 이야기도 있듯이, 특정 상황에 대한 조언을 듣되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서 듣고 스스로 힘을 가지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셈입니다. 출판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심리 책이 유행할 거라고 말합니다. 도시 사회에서 인간이 불안해 하는 한 말이죠.



그러나 작금의 심리 도서 트렌드가 다소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고도의 실험적 통제 상황을 가정하는 연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론적인 개념을 소개하면서 현실을 깊이있게 해설하는 시각이 부족하다는 심리학자들의 의견과 기자도 궤를 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이 학문이라고 해서 무작정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자기 결정성 이론’, ‘동기화 이론’ 같은 개념들이 많습니다. 또 금융 분야 연구에서 유행하고 있는 행동 경제학도 알고 보면 심리학에서 비롯된 것들입니다. 독자의 복잡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제대로 된 관점과 틀로 독자를 설득하는 게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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