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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라망신 해외지점 비자금 국민은행 뿐일까

국민은행 도쿄지점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으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다른 사람의 명의를 내세우는 한도 초과 편법 대출로 비자금을 조성해 경영진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말을 아끼고 있으나 이번 건은 결코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나라 망신을 자초했다.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선 계기가 일본 금융청으로부터의 통고였다는 점은 말문을 막히게 만든다. 일본 금융청이 금융감독원을 이례적으로 방문해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자금세탁을 설명했다고 하니 국민은행도 한심하지만 해마다 정기적으로 은행의 해외점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금감원은 도대체 뭐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비자금 비리는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금융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이나 해외은행ㆍ증권사의 국내지점이 대기업을 끼고 비자금 조성과 유출의 통로로 악용된 적은 많았어도 1금융권 해외점포의 비자금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조사의 초점은 두 가지에 맞춰져야 한다. 첫째 국민은행의 내부감사가 두 차례 실시됐음에도 적발은커녕 해당 지점장이 승진했다는 점에서 내부 비리 커넥션 존재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둘째로 비자금의 조성 목적과 사용처를 밝혀야 한다.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입김에 따라 국민은행 그룹의 고위인사가 결정돼왔다는 점에서 20억원 넘게 유입된 비자금이 정ㆍ관계 고위인사들에게 흘러들어갔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은행뿐 아니라 나머지 10개 국내은행의 145개 현지법인 및 해외점포에 대한 금융당국의 일제점검도 필요하다. 그동안 은행 고위층의 외국 방문시 해외지점이 여비 명목으로 각종 비자금을 조성해 상납하는 행위는 아직도 근절되지 않은 채 은행권의 공공연한 비밀로 통해왔다. 해외지점의 불투명하고 위법적인 관행을 일소할 기회로 삼는다면 이번 사건은 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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