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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성’과 ‘자족성.’ 660만평 규모의 동탄2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밝힌 개발 목표다. 1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지난 92년 이후 신도시를 둘러싸고 한동안 논란이 됐던 골칫거리가 있었다. 바로 ‘U턴 현상’이다. 5개 신도시 중 가장 입지여건이 좋은 분당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당수 입주자들은 먼 출퇴근길 때문에 어렵사리 마련한 보금자리를 뒤로 한 채 1~2년 만에 다시 짐을 싸 서울로 돌아갔던 것. 전문가들은 분당신도시 입주 이후 정확히 20년 만에 입주가 이뤄질 동탄2신도시에서는 더욱 심각한 U턴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강남에서 동탄2신도시까지 출퇴근거리는 왕복 80㎞. 엄청난 교통비 지출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도로를 개설하고 전철망을 갖추더라도 동탄2신도시와 서울간 절대거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동탄2신도시에서 ‘강남대체’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쾌적성만으로 강남 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부동산의 기본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을 기준으로 경부축의 주요 택지개발지구를 보면 거리가 멀어질수록 아파트 가격이 낮아진다. 분당의 경우 평당 평균 2,058만원에 이르는 반면 동백지구는 1,395만원, 동탄1신도시는 1,378만원이다. 수원 영통지구는 평당 973만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이례적으로 동탄1신도시의 특정 아파트 청약자 분석까지 제시하면서 강남 대체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청약자의 20%가 서울거주자라는 것이 강남 대체효과를 입증한다는 것이 건교부의 논리다. 하지만 애초 정부가 동탄2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내건 효과는 ‘강남 수요’ 대체였지 ‘서울 수요’ 대체가 아니다. 특히 단순히 청약한 것으로 실제 거주의사로 해석한 것은 도를 넘은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지적이다. ‘자족성’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토지공사에 따르면 분당신도시의 경우 개발계획 당시 업무용지는 전체 594만평의 3.6%에 불과한 21만9,000평이었다. 그나마 이마저 수요가 없어 업무용지의 40% 가까운 8만6,000평은 주상복합용지로 바뀌고 말았다. 282만평인 판교신도시 역시 동탄2신도시와 기능이 비슷한 첨단비즈니스파크용지가 7%인 20만평 수준이다. 반면 정부가 동탄2신도시에 조성할 예정인 첨단비즈니스용지는 660만평의 15%인 100만평에 달한다. 이 땅에 정보기술(IT) 등 첨단 업종을 유치해 신도시의 자족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정부 복안이다. 이재국 서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적정 공장ㆍ업무용지의 비율이 5%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동탄2신도시의 첨단비즈니스용지 비율은 과도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동탄2신도시에서는 분당과 달리 공기업 이전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정부가 수도권 공기업들을 지방혁신도시로 분산 배치하기로 방침을 확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동탄2신도시는 규모를 빼고는 ‘분당급’이라고 평가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동탄2신도시의 입지와 한계를 명확히 분석하고 최적의 개발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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