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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 나흘만에 만난 두 사람

제1보(1∼13)



2월 19일에 열렸던 농심배에서는 이세돌이 이겼다. 적지인 상하이에서 이세돌은 창하오와 구리를 연파하고 한국팀에게 우승컵을 안겼다. 한국랭킹1위의 명예도 지켰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23일. 한국의 백담사에서 구리와 이세돌이 다시 대좌했다. 나흘 전에는 단체전의 일원으로 출전했지만 이번에는 개인전이다. 우승하면 혼자 2억5천만원을 차지하게 된다. 이세돌로서는 상하이에서 이긴 여세를 몰아가고 싶은 심정이고 구리는 그 어이없는 패배를 설욕해야 하는 입장이다. "나흘 전에 이세돌이 이기긴 했지만 억지로 이긴 느낌이었어요. 포석에서 뒤져서 계속 이끌려다니다가 구리의 방심을 틈타 역전승을 일구어내긴 했지만 내용면에서 압도했다고 볼 수는 없었거든요. 오늘의 이 판이 중요합니다. 오늘 이기는 사람이 2연승으로 타이틀을 따낼 공산이 커요."(목진석) 사이버오로의 오늘 해설자는 목진석9단이다. 괴동이라는 별명으로 오랫동안 불렸던 목진석도 어느덧 29살이다. 해설도 퍽 능숙하다. 서반은 너무도 평범하게 펼쳐졌다. 흑5의 굳힘은 구리가 흑번일 때 자주 쓰는 포석. 나흘 전에도 구리는 이 포석으로 두었다. 백6의 갈라침도 그때와 똑같다. 다른 점이라고는 좌상귀의 백돌이 소목에 있다는 점이다. 나흘 전에는 좌변의 백이 2연성 화점이었다. 그때는 참고도1의 흑1 이하 5로 진행되었다. 오늘 이세돌이 좌상귀를 소목으로 둔 것은 상변쪽에 흑이 입체적인 대모양을 펴기 어렵게 만든 의미가 있다. 백8이면 보통은 참고도2의 흑1 이하 12까지의 포석이 이루어지는데 구리는 흑의 상변 건설을 백이 어렵게 만든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폭포형으로 내리누르고 있다. 무조건 상변을 건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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