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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는 추수를 기다리는 벼가 황금빛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지만 우리의 식량자급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9월 발표한 ‘국내 곡물자급률 현황’에 따르면 2011년 쌀자급률은 83%로 2010년(104.6%) 대비 21.6%포인트 감소, 1981년 이후 최저치다. 태풍피해와 가공용 수요증가, 쌀소득 감소로 인한 대체작목 재배, 농지의 타용도 전환 등이 원인이다. 밀ㆍ콩ㆍ옥수수 등 수입에 의존하는 곡물(식용 및 사료용)의 자급률 추락은 더 심해 2011년 곡물자급률은 22.6%로 2010년(27.6%)대비 5%나 떨어졌다. 주식인 쌀자급률 하락 추세가 계속된다면 곡물자급률의 동반 추락이 예상된다. 미국ㆍ영국ㆍ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농업을 중시하는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지원 아래 곡물자급률이 100% 이상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산업혁명으로 선진공업국의 기틀을 닦은 영국은 농업을 중요시하지 않았다. 식량의 수입이 유익하다는 자유무역론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1864년 곡물법을 폐지하고 식량을 해외에서 사다 먹기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 때 주곡인 밀의 자급률이 19%까지 떨어지고 독일의 해상봉쇄로 식량 수입이 어려워지자 영국 국민의 고통이 커졌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농업투자를 확대, 1978년에는 곡물 자급률이 77%, 1980년대는 수출국이 됐다.
식량의 수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장을 위탁해놓고 있다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북한과 대치상황인 지금도 외국과의 전쟁을 고려하지 않은 국방계획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내전보다 외전을 염두에 두고 국가를 경영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위기에 직면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후진국이 공업발전을 통해 중진국까지는 도약할 수 있어도 농업ㆍ농촌의 균형 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한 1971년 노별경제학상 수상자 사이먼 쿠즈네츠 교수의 말처럼 식량정책은 선진국의 요건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생명줄인 식량정책은 국가안보에 버금가는 만큼 더 늦기 전에 농업에 더욱 관심을 둬야 한다. 핵무기에 버금가는 전략물자가 바로 식량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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