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이 가지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알바해서 사려고요”, “친구들 다 있어서, 없으면 이상해요”
작년, 중고등학생 사이에서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열풍이 불었었다. 중고등학생에게는 비싼 가격이었지만, 길에서 단체복처럼 입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대신 부모들은 등골이 휘었다. 올해 겨울에도 어김없이 ‘등골 브레이커’가 등장했다. 이번 ‘등골 브레이커’는 ‘캐몽’으로 작년 ‘노스페이스’를 뛰어넘는 강한 상대다. ‘캐몽’은 해외 브랜드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를 합성한 단어로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국내 론칭 이후, ‘캐몽’은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캐몽’의 가격대는 100만원~200만원이지만, 겨울이 시작되기 전 9월~10월 유명 제품들은 이미 완판됐다. ‘비싸서’가 아닌 ‘없어서’ 못 사는 인기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한가인 패딩’으로 유명한 ‘캐나다구스’와 이명박 손녀가 입어 눈길을 끌었던 ‘몽클레르’는 부유층을 타깃으로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패딩보다 기능좋고 예쁜, 특별한 패션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고가임에도 이런 프리미엄 패딩에 끌렸다.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의 패딩 가격이 30~50만원대인 반면 캐몽은 100만원대이다. 그럼 2배 이상의 가격 차이만큼, 기능도 2배 이상 차이가 날까? 노스페이스 제품 '프리즘 다운재킷'의 경우 충전재로 ‘구스다운’을 사용했고, 800필파워로 제작됐다. 반면, 캐나다구스 제품 '익스페디션'은 ‘덕다운’을 충전재로 사용하고 625필파워로 제작됐다. 일반 소비자들은 충전재와 필파워의 차이를 모르고 비싼 가격에 현혹되어 구매한다.
‘구스 다운’은 거위털로, ‘덕 다운’은 오리털을 충전재로 사용한다. 거위털은 오리털에 비해 공기층이 많고 털이 뭉치는 정도가 덜해 보온력이 높다. 또, 압축한 뒤 부풀어오르는 복원력을 판단하는 필파워 수치도 필파워가 높을수록 공기를 다량 함유해 보온성이 뛰어나다. 특히, 필 파워는 700이상이면 프리미엄급 패딩으로 간주한다.
당연히 모든 제품이 ‘구스 다운’이라고 생각했던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는 제품의 가격대에 따라 충전재가 달랐다. 실제로 ‘캐나다구스’의 ‘구스 다운’ 패딩에는 180만원대에 달하는 일부 프리미엄 제품군에만 거위털이 들어가고, 단가가 낮은 패딩은 오리털을 충전재로 쓴는 ‘덕 다운’이었다.
게다가 ‘구스 다운’의 품질은 거위 깃털의 원산지에 따라 차이가 크다. 거위의 솜털로 만드는 ‘구스 다운’은 날씨가 추운 북유럽산, 그 중에서도 헝가리산, 시베리아, 폴란드산이 가장 비싸다. 추운 지방의 거위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 방어력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즉 같은 유럽산이라도 국가별 산지에 따라 원가가 달라진다.
프리미엄 패딩 ‘캐나다 구스’는 캐나다산 거위털을 사용하고, 700~850의 필파워와 85~90%의 다운 함량을 가진다.
이에 반해,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의 제품 ‘포르테’는 필파워 800이상의 헝가리산 거위털을 충전재로 사용하는 ‘구스다운’이다. 가격은 20~30만원대다. ‘캐나다산’ 구스 다운은 최대 필파워 1000과 다운 함량 90~95%를 자랑하는 폴란드, 헝가리산 다운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패딩은 보온성, 기능성에서 패션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비싼 가격의 명품처럼 패딩의 소장가치와 특별함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능의 특별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올 겨울, 명품 패딩보다는 명품 소비자가 트렌드다. (사진 = 캐나다구스, 몽클레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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