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총액계약제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새는 돈을 막기 위해서이다. 국가예산에 버금가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입을 늘리고 지출은 줄여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둘 다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말 국고지원이 중단되는 것을 연장해도 보험료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한꺼번에 올릴 수는 없다. 반면 지출은 보장성 확대가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현 상황에서 누수를 막는 총액계약제가 대안으로 떠 오르고 있는 것이다. ◇건보재정 2030년 누적적자 400조원=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말 1조원 규모로 줄어드는 건강보험 재정은 오는 2012년이면 마이너스에 접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게다가 16일 열린 건강보장선진화위원회 공청회에서 나온 발표(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에 따르면 건보재정 누적적자는 2015년 13조원을 넘어서고 이후 매년 수십조원씩 적자가 증가해 2030년에는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 의료계 반대 불구 자세 변화=총액계약제는 이듬해 의원ㆍ종합병원 등 의료기관별 급여비를 정해놓고 총액 한도 내에서 건보재정을 지출하는 일종의 사전지불제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료행위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시행하고 있어 진료와 의약품의 남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총액계약제가 시행되면 총액 한도를 벗어난 진료비 청구에는 급여비가 지출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의사들은 필요한 진료만 하고 약사는 적정한 약품만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게 건보공단의 설명이다. 의료계에서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진료를 못 받는 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속내는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총 진료비 지불방식은 총액계약제로 하고 유형별로 행위별 수가제를 인정해주거나 보너스 방식을 도입하면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건보공단은 대만과 독일ㆍ네덜란드ㆍ벨기에 등에서도 총액계약제를 도입해 의료비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나온 만큼 도입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도 진수희 장관이 적극적인 검토 의사를 보이며 전향적인 자세로 변화하고 있다. ◇다른 재정 안정화 방안은=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해 일단 수입 부문에서는 담배부담금 인상이나 질병유발부담금 신설, 건강증진ㆍ예방사업 목적세 신설 등이 필요하다. 건보공단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보험료율도 장기적으로 10% 안팎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출 부문 합리화를 위해서는 총액계약제 도입과 함께 성분명 처방제와 일반의약품 판매 자율화, 저가약 대체조제 활성화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건보공단은 대형병원으로만 쏠리는 것을 막아 1차의료를 활성화하고 노인전담의 제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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