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부채는 가계부채와 더불어 우리 경제를 옭아매는 양대 시한폭탄이지만 그동안 심각성에 비해 소홀하게 취급돼왔다. 금융공기업을 제외한 284개 공공기관의 지난 2010년 부채는 386조여원으로 2006년의 226조여원보다 무려 70% 늘었다. 최근 몇년간 해마다 부채 증가율은 거의 두 자릿수대로 경제성장률을 한참 앞지른다. 이달 중 최종 집계될 공공기관 부채규모는 올해 예산(326조원)보다도 많은 40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한다. 부채에 따른 이자비용만도 한해 20조원에 이르는 가운데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빚 많은 일부 공기업들은 빚을 내 빚을 갚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돼 있다.
공공기관 부채가 누적되는 것은 경영과 관리부실 탓도 있지만 임대주택 건설 같은 국책사업을 떠안거나 물가관리 차원에서 전기와 가스 등의 요금을 현실화하지 않은 측면도 크다. 일부 거대 공기업 부채는 어지간한 자구노력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어서 결국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부채가 급속도로 불어나는 추세에 비춰보면 이번 조치는 만시지탄에 가깝다. 그럼에도 부채감축을 강제할 수단이 제한적이어서 근본적 해결을 기대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공공기관이 먼저 불필요한 자산매각을 포함한 자구노력을 선행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공공기관 부채관리를 국가부채 수준으로 격상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제 가능한 적정부채 규모는 물론 감축방안과 감축목표까지 설정할 수 있게 된다.
공공기관 부채는 사실상 국가부채나 마찬가지다. 미래에 큰 충격이 오지 않도록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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