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서 답 찾을 수 있다" 시골 작은 도매상까지 직접 다녀
상품 다양화하고 수입제품 늘려 亞·오세아니아 지역 '톱10' 목표
항상 선두서 '나를 따르라' 외치는 솔선수범 CEO로 기억되고 싶어
지난 6일 대구 수성구의 한정식집. 정오가 가까워지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들이 하나둘 음식점 안으로 들어와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날 오찬을 함께 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대구주류도매업협회 소속 이사들로, 대구·경북 주류 시장 공략에 나선 장인수(59·사진) 오비맥주 대표도 이 자리를 찾았다.
사실 대구·경북은 오비맥주가 아닌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오랜 텃밭인지라 이런 지역의 주류 도매업체 수장 모임은 주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장 대표에게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겨우 10여분 정도 지났을까. 한두 잔 술이 돌더니 초반의 어색함은 금새 사라지고 오랜 벗들이 만난 양 웃음꽃이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했다.
장 대표가 1980~1990년대 영업 현장을 직접 뛰며 몸소 겪었던 소소한 에피소드에서부터 현재 주류업계의 현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화 주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내며 진심을 담은 소통에 나서자 상대의 경계심이 쉽게 풀린 것. 어깨에 힘을 주고 딱딱하게 접근하기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을 앞세워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30년 영업 경력의 소유자, 장 대표 특유의 친화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국내 주류업계에서 '신(神)이라 불리는 사나이'가 있다. 바로 장 대표다. 고등학교 졸업 후 1980년 진로에 입사한 그는 주류업계에서 '고신영달(고졸신화·영업달인)'로 통한다. 명문대 간판 같은 스펙 하나 없이 탁월한 영업력, 다시 말해 오로지 실력으로 대형 주류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2010년 1월 오비맥주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취임한 지 불과 1년 9개월 만에 회사가 맥주시장 1위 자리를 되찾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면서 '영업의 달인'을 넘어 '영업의 신'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장 대표가 하이트를 떠나 오비맥주로 자리를 옮길 당시만 해도 오비맥주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45.5%로 업계 2등이었다. 하지만 이직 후 2년도 지나지 않아 오비맥주는 시장점유율 50%의 벽을 넘어섰고 명실공히 국내 맥주 업계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오비맥주가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던 데는 장 대표의 탁월한 전략·전술이 자리하고 있다. 그가 오비맥주호에 승선한 후 가장 먼저 일으킨 변화는 기존 영업사원들의 영업 방식. 그는 영업사원들이 월말이면 출고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제품을 도매상 창고에 쌓아두는 '밀어내기'식 영업부터 손 봤다. 직원들에게 잘못된 관행을 중단하고 고객에게 가장 신선한 맛을 선사할 수 있도록 공장에서 갓 출고한 제품을 바로 공급하라고 주문했다.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영업 방식 변경 직후 주춤했던 시장점유율은 4개월 정도 지나자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마케팅 행사와 도매업체 모임, 유통채널 행사 참석 등 전국 팔도를 누비는 장 대표의 영업 능력이 100% 발휘되면서 서울은 물론 영·호남 지역에서까지 카스를 찾는 오비맥주 고객이 날로 늘었다.
장 대표는 "책상에 앉아 머리로만 생각해서는 절대 해법을 찾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영업"이라며 "발로 뛰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엔 경북 상주의 소규모 도매상까지 직접 찾아가는 등 일선 직원들의 요청이 있으면 CEO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언제든지 현장을 방문하곤 한다"며 "영업직원들에게 현장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비맥주 '전도사'를 자처하는 장 대표의 현장 방문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가 한 해 동안 차로 이동하는 거리만 해도 6만~7만㎞에 달한다. 여기에 KTX 등 다른 이동 수단까지 포함하면 그가 1년 동안 움직이는 거리는 대략 10만㎞에 육박한다. 전국 각지를 돌아보는 장 대표 영업방식의 효과는 100%다. 장 대표가 부사장 시절부터 직접 챙긴 대구지역의 경우 2010년 초만 해도 시장 점유율이 20%대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40%를 넘나들고 있다. 오비맥주에 있어 최고의 취약지역으로 꼽히던 전북의 시장 점유율도 4년 전 20%에서 현재는 50%에 육박하고 있다.
'고신영달' 장 대표가 성공신화의 제2막을 써내려가기 위해 현재 주시하고 있는 부문은 강력한 영업력을 기반으로 한 품질경영이다. '품질 최우선주의'란 새로운 경영 목표 아래 1,200억원을 쏟아부어 명실공히 국내 1위 맥주 명가가 되기 위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각오다.
장 대표는 "광주, 이천, 청원 등 3개 공장 품질관리에 3년간 1,200억 원을 투자한다"며 "우선 지난해 12월 청원공장에 이어 이천과 광주 공장에 대한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연내 획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현재 AB인베브의 글로벌 품질인증 프로그램(VPO)을 카스·골든라거 등에 적용하는 등 맥주의 품질을 세계 톱 브랜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과정에 들어갔다"며 "품질 강화 차원에서 맥주 브랜드 홈페이지에 맥주 원재료를 상세히 공개하고 제품 패키지 표면에 생산 담당자의 실명도 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품질 강화와 함께 상품 다양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부문도 그가 공을 들이고 있는 영역 가운데 하나다. 신입 직원을 중심으로 채용을 늘려나가는 한편 AB인베브 연구소 방문 등 연수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프리미엄 맥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AB인베브의 브루마스터(맥주양조기술자)를 초청해 강의 등 정보 나눔의 시간을 갖는 행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수입 맥주가 국내에서 돈이 된다고 알려지다 보니 말 그대로 이름도 없는 맥주들이 바다를 건너와 프리미엄 행세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 맥주는 곧 프리미엄 맥주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현업 종사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AB인베브 브루마스터의 정확한 맥주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정례화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AB인베브가 보유한 고품질의 맥주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수입 맥주 부문을 따로 떼 신규 부서로 만드는 등 조직개편 카드도 검토 중이다. 현재 수입 ·유통 중인 버드와이저·호가든·레페·스텔라 아르투와·벡스·코로나 등 8개 브랜드이나 취급 품목 수를 더욱 늘리기 위해 전담 부서 설립하겠다는 것.
그는 "자체 개발은 물론 수입 제품 확대로 맥주 다양화를 꾀할 생각"이라며 "해외시장 진출은 현재 AB인베브와 공략 지역 등을 협의 중으로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까지 다양한 지역이 모두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세계 1등 맥주 기업인 AB인베브와 재결합은 그 자체로 오비맥주에게는 엄청난 기회 요인"이라며 카스의 경우 몽골 수출 외에는 아직 내수시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AB인베브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하면 수출 시장에서도 엄청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1등 맥주 브랜드 카스를 세계시장에서도 인정 받는 상품으로 성장시킨다는 건 그가 목표로 하는 최종 지향점 가운데 하나. 앞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해 2~3년 내 카스를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톱10' 맥주 브랜드로 키워낸다는 게 장 대표의 계획이다. 지난 해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 맥주 브랜드 판매 순위에 따르면 카스는 중국 '스노우'와 '칭타오', 일본 '아사히''기린'등에 이어 1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장 대표는 마지막으로 "AB인베브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통합 작업을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라며 "AB인베브가 가진 유통 네트워크과 기술력, 품질 향상 능력 등을 오비맥주에 적용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맥주 회사로 육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스스로 모자란 게 많다고 생각해 더 노력하는 자세로 임해왔다"며 "병사는 생각하지 않고 '돌격 앞으로'만 외치는 여느 장교가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선두에 서서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솔선수범한 이스라엘 장교와 같은 CEO로 영원히 직원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게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 장인수 대표는 |
Field·Avarice·Chose·Trust… '네가지'만 기억하면 최고의 영업맨 되죠 ■ 장인수 대표 영업 비결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