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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자의 변신도 무죄?
입력2006-02-22 17:01:10
수정
2006.02.22 17:01:10
“난 여자들이 부럽다. 그들은 발과 목과 무릎을 마음대로 드러낼 자유가 있지 않은가.”
대학 시절, 어느 더운 날 강의실에 들어서던 기자에게 중년의 인문학 담당 교수가 던졌던 이 한마디는 지금까지도 기억에 새롭다. 신체 온도를 방불케 하는 더위에도 가죽 구두 안에 양말까지 껴 신고 찾아오는 무좀을 자신 탓으로 돌려야 했던 남자들. 그들이 요즘 변하고 있다.
요즘 유통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화두라면 단연 ‘남성’이다. 화장품업계에서 남성용 메이크업 제품의 출시는 더 이상 놀라울 것도 없는 일이다. 여드름 등 부분적인 피부 고민을 덜어줄 휴대용 메이크업 제품은 물론 피지를 줄이고 칙칙한 얼굴에 생기를 줄 수 있는 파운데이션에 이르기까지 가짓수의 확장세가 경천동지할 정도다.
패션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메트로 섹슈얼’ ‘위버 섹슈얼’ 등 남성을 겨냥한 각종 키워드의 부상과 함께 신사 정장에서는 허리선을 올려주고 몸매 곡선을 한껏 살려주는 맵시 경쟁이 불붙었다. 색깔 파괴 움직임도 가속화, 올해 등장한 의류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40대남성을 겨냥한 캐주얼 상의에서도 노랑ㆍ연두ㆍ주황ㆍ분홍 등 화사한 색상이 넘친다.
더 부각되고 있는 현상은 다수 남성들이 ‘유행’을 입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남성복의 유행이란 사실상 느려 지난해 옷이 올해 같고 올해 옷이 내년 것 같았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여성복의 유행 추세가 그대로 남성복에까지 전달돼 이를 정확하게 반영한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남성의 유행 주체 부상’은 사회인식 변화나 주5일제 등으로 옷차림 및 기존 남성관에 변화가 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힘들고 길었던 불황의 터널에서 등장한 업체들의 생존전략에도 상당 부분 기인한다. 줄이고 짜내기에 여념 없던 업체들이 황무지나 다름없던 남성이라는 금맥을 발견했고 각종 마케팅 전략을 동원해 이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민이 유행을 입는 ‘유행병’이 부채질 되는 현상에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의 변화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상당하다. 맹목적인 ‘유행의 범람’보다는 집단의 필요에 묻혀 있던 ‘선택의 자유’가 자리잡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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