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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좌파 성향 지도자에 대한 불신으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와 오랜 견원지간인 영국에서는 우파 정권을 이끄는 지도자가 지지기반을 잃고 궁지로 내몰렸다. 2010년 총선거 당시 '퍼주기식' 복지정책으로 막대한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소위 '영국병'을 해소하겠다는 약속으로 보수당을 13년 만에 승리로 이끌었던 데이비드 캐머론(사진) 총리다.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의 지지율은 노동당에 줄곧 밀리고 있으며, 지난해 5월부터 치러진 7차례의 지방선거에서 7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영국 정계에서는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이 오는 2015년 총선에서 정권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캐머런 총리와 보수당의 위기는 그가 주장해 온 '온정적 보수주의'가 좌우파 모두의 불만을 초래한 탓이다. 캐머런은 "시장을 중시하는 보수주의 근간을 유지하되 약자에 대한 배려와 분배를 중시하는 좌파 철학을 흡수한다"는 정치이념으로 내세워 왔다.
그 결과는 보수ㆍ진보 모두의 반발로 이어졌다. 좌파 진영은 지난해 6월 그가 내놓은 청년실업자에 대한 주택보조금 삭감 등 복지정책 개혁안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경기의 '트리플딥(삼중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70%가 넘는 정부부채를 줄이기 위한 긴축기조도 비난을 사고 있다. 반면 우파진영은 캐머런 총리가 건강보험ㆍ연금 지출을 줄이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당의 지지기반은 우파를 대변하는 영국독립당(UKIP)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UKIP는 해외 이민자 수 동결과 동성결혼 허용법안의 반대 및 정부지출 전면삭감을 외치며 보수층을 휘어잡고 있다. 가장 최근에 열린 이스틀리 보궐선거에서 UKIP는 보수당을 누르고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지지정당을 결정하지 않은 우파 부동층 가운데 62%가 UKIP의 정책을 선호한다"며 캐머런 총리의 어두운 앞날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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