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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온실가스 규제 앞장설 때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에 관한 시행령이 곧 입법예고된다. 앞서 지난 5월 초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에 따라 오는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다.

공장 등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돈으로 사고파는 것이 배출권거래제다. 먼저 정부당국이 각각의 기업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배정해준다. 할당량을 초과 배출한 기업은 벌금을 내거나 다른 기업이 가지고 있는 배출권을 사야 한다.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배출권제도는 세계적으로 확산된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며 이에 앞장서 법률이 제정됐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환경을 감안할 때 배출권거래제의 본격 시행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무리가 있다고 본다. 우선 세계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배출권거래제 원조인 유럽 탄소배출권시장은 최근 붕괴 직전이다. 글로벌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체제인 유엔기후변화협약도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셰일가스 등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새로운 흐름 또한 세계 탄소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차기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이 핵심 어젠다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배출권거래제 시행이 불가피하다면 구체적인 시행지침에서 글로벌 기류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경쟁국들 모두가 안 하는데 우리나라가 먼저 나서서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규제의 올가미를 쓸 필요가 없다. 대내외 경제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권의 무상할당 방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사는 유상할당으로 기업들에 부담을 줄 상황이 아니다. 딱히 필요하다면 '99% 무상, 1% 유상' 식으로 상징적 차원의 유상할당 의미를 살리는 정도가 가능할 것이다.

정부부처의 배출권거래제의 관할권 문제도 장기적 안목으로 조정돼야 한다. 벌써부터 부처 간에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전체적으로 자신들이 일괄ㆍ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환경부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럴 경우 스스로의 명분에 치우쳐 규제 위주로 흐를 수 있는 것이 문제다. 구체적인 관리는 산업별 소관 부처에 위임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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