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공장, 수륙양용 자동차…. 20세기 발명품이 아니다. 200여년 전 미국에서 나온 기계들이다. 주인공은 올리버 에번스(Oliver Evans). 냉각기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증기기관차의 최초 발명자라는 평가도 있다. 1755년 9월13일 뉴포트에서 태어난 에번스는 14세 때 마차공장에 들어가 기술을 익히는 한편으로 수학과 물리학ㆍ기계역학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첫 공식 발명품은 방직기계. 섬유공장으로 이적(1777년)한 직후다. 마차공장에서 일하던 1773년에는 영국보다 28년 앞서 증기기관차를 설계했다는 기록도 있다. 미국 학계 일각에서는 자금부족 때문에 실용화하지 못했던 에번스의 설계도가 영국으로 넘어가 트레비식의 증기기관차가 탄생(1804년)했다고 주장한다. 목돈을 안겨준 발명품은 1791년 나온 자동 제분소. 7층짜리 제분공장 꼭대기에 곡물을 부으면 탈곡과 제분을 거쳐 1층 출구에서 포장까지 마친 완제품을 내놓는 설비였다. 최초의 무인공장격인 자동제분소를 구입한 100여명의 농장주 명단에는 전직 대통령 조지 워싱턴도 있었다. 신생 미국이 농산물 수출국으로 자리잡은 데는 에번스 등의 농업 기계화ㆍ효율화 노력이 배어 있다. 1804년에는 5마력짜리 증기기관을 단 수륙양용 증기준설선 ‘오럭터 엠피볼’호도 선보였다. 이듬해에는 같은 엔진을 이용해 진공을 만들고 휘발성 유체를 넣어 얼음을 얼리는 냉각기도 발명했다. 수륙양용차나 냉각기는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그의 사망(1819년) 이후 한 세기가 흐른 뒤에는 실용화의 열매를 맺었다. 20세기 대량생산의 문을 연 헨리 포드의 자동차공장도 에번스의 자동제분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시대를 앞서간 발명가 올리버 에번스. 산업화의 숨은 공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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