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양국 간 통상 분쟁에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이 공정무역 관행 약속을 준수하도록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며 올해 전면전이라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USTR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 불공정한 지원 행태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정책을 종식할 수 있도록 공정무역 이행 노력을 끊임없이 촉구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중국에 투자시장 개방과 각 분야의 시장 진입장벽 해소, 시장의 투명성 제고,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의 협상 마무리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행정부가 지난달 28일 중국을 겨냥해 각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을 감시하고 대응할 정부 차원의 '범부처무역집행센터(ITEC)'를 신설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불과 3일 만에 강경대응 방침을 또다시 예고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통상 분쟁에서 칼을 빼든 것은 지난해 대(對)중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치인 2,954억5,800만달러를 기록하며 여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중국 때리기'가 본격화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다급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미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의 선두 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일자리를 훔치는 중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되면 중국 정부의 환율정책에 맞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ITEC 신설 방침을 밝히는 등 공화당 진영의 공격에 맞불을 놓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가진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다른 국가들처럼 중국도 국제기준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해 양국 간 무역불균형 문제 해소를 촉구했다.
미 행정부와 의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존 브라이슨 상무장관, 론 커크 USTR 대표는 이날 하원 세입위원회 의원들과 비공개 모임을 갖고 보조금이 지급된 중국산 상품에 대한 보복조치로 상계관세를 계속 부과하기로 했다.
연방항소법원이 최근 의회 동의 없이는 중국ㆍ베트남 등 '비시장경제국'에 대해 상무부가 상계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하자 미 의회가 나서 계속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을 만들어준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가가 대선을 앞두고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미국 유권자의 거센 압력과 정서에 편승하는 선거전략으로 중국의 불공정무역을 거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 기관지 인민일보는 "양국 간 무역경쟁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며 "경제에서 촉발된 마찰이 군사 등 다른 부분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제5세대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수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도 연 8% 이상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에 더는 밀릴 수 없다는 분위기다.
왕진빈 중국 인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미 간 국제분업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무역불균형은 개선되기 힘들다"며 "양국 모두 무역분쟁의 이면에는 정치적 변수들이 깔려 있어 해결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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