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정책에도 꿈쩍 않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사흘 연속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독한 처방을 내렸으나 식어가는 중국의 성장동력을 살리는 데 환율 카드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경제의 곪은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정확한 진단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지표는 물론 실물경기도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8.9% 감소했고 산업생산(6.0%), 고정자산투자(11.2%), 소매판매(10.5%) 등 경제지표들이 모두 예상치에 못 미쳤다. 리커창지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발전량도 2% 줄어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기선행지수인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은 기준치를 밑돈 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실제 경제성장률이 이미 4%대까지 추락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경제가 이렇게 망가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요인을 거론하지만 무엇보다 '엇박자 정책'이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시진핑 정부 이후 중국 경제는 성장의 동력을 빠르게 3차 산업으로 이전시켰다. 제조업 부진을 금융·부동산 활성화에 따른 내수소비에서 찾으려는 정책이 엇박자를 내며 거품을 양산하고 경기회복을 멀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3년째 이어진 시진핑 정부의 부패 척결도 경제에 너무 큰 피로감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수출이다. 절름발이 성장으로 회귀한다 해도 일단은 경기를 살려야 한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수출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달러 부채로 거품을 만들어낸 부동산·금융업체을 정리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된 셈이다.
인민은행이 13일 "추가 평가절하 여지는 많지 않다"고 밝힘에 따라 당국의 공격적인 환율 절하에는 일단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장샤오후이 인민은행 총재조리는 "급격한 자본시장 충격 등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점진적으로 시장이 안정화 기조를 가게 될 것"이라며 "위안화 환율은 실물경기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은 전날에도 급격한 절하를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12일 장중 위안화 가치가 변동제한폭(2%)에 가까운 1.98%나 하락하자 위안화를 매수하고 달러를 매도하는 시장개입을 통해 낙폭을 1%로 줄인 것이다.
다만 시장은 추가 하락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8위안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목표가 10%에 이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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