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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원화 강세를 즐겨라

국내 기업들이 원화가치 상승으로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수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 경제 상황에서는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 상승이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05년 말 1달러당 1,060원에 다가섰던 원화가치가 920원대로 13%가량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제조 분야 경쟁 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는 상대적으로 작게 올라 이들 국가와의 상대적인 수출경쟁력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다. 뉴욕 월가의 국제 금융전문가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미국 경기 둔화에 따른 달러 약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한국 경제는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진단한다. 일부 월가 투자 은행들은 원화 강세에 따른 한국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저하를 예견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한다. 과연 원화 강세는 지탄을 받아야 하는 한국 경제의 장애물일까. 한국 경제가 성장하면 할수록 원화가치는 올라갈 터인데 언제까지 원화 강세 푸념만 늘어놓을 것인가. 원화 강세는 한국 경제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잘 활용하면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달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화가치가 높아진 원화를 이용해 달러 자산을 사들이거나 국제금융시장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한국은 자동차ㆍ반도체ㆍ조선ㆍ철강 등 제조업종에서는 세계를 제패할 정도로 높은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금융 분야에서는 여전히 선진 금융기법을 배워야 할 정도로 갈 길이 아직 멀다. 원화 강세는 한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자본 이득을 챙기는 기회와 함께 금융기법을 선진화하고 금융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조건을 제공한다. 최근 중국 정부가 30억달러를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미국의 무역 압력을 줄여보자는 계산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높은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 있고 위안화가치 상승을 금융시장 발전의 기회로 활용해보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요즘 월가를 찾는 한국의 최고경영자(CEO) 중에 스포츠용품 제조 업체 휠라의 윤윤수 회장과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눈에 띈다. 이들은 원화 강세가 해외 기업을 사들이거나 외국 브랜드를 인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 기업들은 원화 강세를 탓하기보다 원화 강세를 어떻게 하면 이용할 수 있을지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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